호랑이와 사자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 어렸을 때에는 이런 것들이 줄곧 흥미로왔다. 즐겨보던 어린이 잡지에서는 커다란 흑백사진 화보와 더불어 이렇게 기술하였던 것이 기억난다. 호랑이는 헤엄을 칠 줄 아나 사자는 못 하므로 물 속에서는 호랑이가 이긴다. 일반적으로 사자의 체구가 더 크므로 갇혀진 우리 안에서는 사자가 이긴다. 호랑이가 사자보다 더 재빠르고 날래므로 넓은 곳에서는 호랑이가 이긴다. 이런 것들을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는 것을 보면 어린마음에 이를 그대로 믿고, 나름대로 두 고양이과 동물이 싸우는 것을 상상하며 호기심을 채워왔었던 것 같은데.. 동물의 왕국이나 내셔널지오그래픽 등의 다큐멘타리들을 관심있게 보면 이는 말도 안되는 얘기라는 것을 금새 알게 된다. 우선 두 맹수의 서식 영역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서로 만날 일이 없는 것이다. 두 동물들을 싸우게 하려면 사파리 동물원 같은 갇혀진 장소에서 인위적인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하는데.. 이 또한 대표성이 문제가 된다. 어느 넘이 지구에서 가장 젊고 날랜 호랑이의 대표인지, 어느 넘이 가장 힘세고 야성이 충만한 사자의 대표인지, 살펴서 모셔오기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본다. 인간의 선입견이란.. 사자는 백수의 왕이라 하니, 모든 동물을 압도하고 마음 먹은대로 잡아먹을 수 있는 것 같으나, 동물의 세계는 전혀 그렇지 않다. 늙고 병들거나 다친 사자들은 하이에나 떼에게 잡아먹히는것이 다반사이며, 젊은 물소를 잡아먹으려고 떼거리로 덤비다 물소의 뿔에 받히면 시름시름 앓다가 다른 육식동물에게 잡아먹히곤 한다. 어디 그뿐이랴.. 다 큰 코끼리가 물가에서 큰 코를 휘두르며 고함이라도 한 번 치면 목마른 것도 참고 줄행랑을 치기도 한다. 허나 어두운 밤에는 떼를 지어 코끼리 집단을 공격하여 가장 어리고 힘없는 새끼를 잡아 먹기도 한다. 약육강식의 동물의 세계에서는, 어떤 동물이 반드시 다른 종류의 동물에 항상 이긴다는 공식은 성립하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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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술의 세계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 역사적으로 또한 실전적으로 검증된 문파라면, 그것이 중국무술이 되었건 카라데가 되었건 우월을 가린다는 것이 미련한 얘기가 아닌지 모르겠다. 무술의 수련목적이 '극한상황에서의 심적 육체적 자기 극복' 이라 정의한다면.. 어느 문파라도, 똑같은 사람의 몸을 가지고 최고효율의 몸짓을 추구하여.. 빠르고 정확하게 四枝를 운영하는 방법을 연마해 왔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얼마전에 연무재 가족중 한 분이 프리첼의 연무재 커뮤니티에 올린 동영상을 보았는데, 중국권법의 한 문파인 영춘권을 수련한 사람과 다른 운동(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을 한 사람과의 겨루기 모습이었다. 자세가 높은 영춘권 수련자를, 상대가 상체를 상당히 낮춘 자세로 돌진하여 다리를 낚아채 넘어뜨리고 팔을 꺾어 부러뜨리는 장면이었는데, 팔이 뚝 하고 뿌러지는 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섬찟하게 느껴진다. 단지 이 장면 하나를 보고 그 운동이 영춘권 보다 우수하다고 얘기할 수 있을까 ?
연무재 초기엔 팔극권을 배울 수 있냐고 찾아오는 젊은이가 몇 사람 있었다. 웬 팔극권이 그렇게 인기가 좋으냐고 주위에 물어보니.. 그 것을 주제로 한 만화가 있는데, 실존인물이었던 주인공이 상당한 무공의 소유자이었던 것 같다. 허나 찾아온 분 모두가 팔극권의 동작 몇 개만 익히면 만화 속의 주인공처럼 무림의 고수가 될 수 있다는 착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아 내심 씁스레한 기분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당의정 캡슐 하나 삼키면 천하무적이 되는 또다른 만화속의 주인공처럼, 팔극권을 수련하면 다른 무술보다 적게 수련해도 수월하게 고수의 경지에 오를 수 있다는 말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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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두 다리를 가지고 있어, 움직일 때에는 항상 한 다리에 체중을 두어야 한다. 두 다리가 땅에 붙어 있으면 정지된 모습이고 또한 준비하며 정리하는 자세이다. 두 다리가 허공에 뜬 상태는 불안정하며 위험하다. 순간순간의 동작이, 한 다리(일지)를 지구에 단단히 박고 나머지 삼지(두 팔과 나머지 한 다리)를 효율적으로 攻防하는 것이 모든 무술수련에서 공통되는 모습이라고 본다. 이를 위하여서는.. 상대의 눈을 바라보며.. 사지의 분기점이라 할 수 있는 하단전에서 자연스럽고 깊은 호흡이 이루어져.. 상체의 근육들이 서로 견제하거나 충돌하지 않는 상태에서 허리의 충분한 꼬임이 이루어져.. 축이 되는 일지는 충분히 낮추어서.. 삼지가 모두 응축된 상태에서 자신의 급소를 가리며.. 빠르게 다른 한 다리로 중심이동을 하며.. 삼지의 활개를 폭발적으로 뿌리는 동작을 반복하는 것이다. 연무재는 육칠십년대에 수련했던 태권도의 품새를 중심으로 연마하며, 보다 더 바르고 효율적이며, 따라서 더욱 더 파괴력 있는 몸짓의 發見을 위해.. 아래와 같은 무술의 기본를 중요시하며, 또한 이에 충실하게 수련합니다.
바른 시선
낮은 앞굽이
낮은 뒷굽이
낮은 주춤서기로 빠른 몸통지르기
복식호흡을 통하여 상체와 하체의 접기 및 젖히기
연무재 태권도 품새 동작의 우수성은, 어떠한 무기를 들어도 맨몸품새와 똑같이 공방할 수 있는 범용성에서 또한 이를 통하여 바른 활개의 궤적을 깨달으면서 검증됩니다.
조성훈
원장님께서 올리신 글을 읽을 때마다 딴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 글을 쓰시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렸을까? 다른 사람의 2~3배의 노력과 시간이 소요되는 줄을 알기에 더 소중함이 느껴집니다. 다시 한번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07/19
변형근
연무재 수련을 총괄해서 정리하셨네요.. 잘봤습니다.07/21
홍기민
연무재 수련을 통해 살아가면서 만나게 되는 난관을 헤쳐나갈 수 있는 용기와 인내를 주는 부분 또한 매우 큰 것 같습니다. 스스로를 자꾸 돌이켜 보게 하기도 하고. 무거운 마음도 풀리고...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