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석(5)
우정, 변형근, 홍기민, 이승용, 양준명
(인터넷 회선이 없는 곳에 있다보니 미리 써놓은 글을 이제서야 올립니다. 죄송합니다.)
오늘은 유난히 양재역 부근이 밀리는 날이었습니다.
저는 오늘이 방배동에서 수련에 참가하는 마지막 날입니다. 내일 이사를 앞두고 마지막 가는 길을 되새기고자 마을버스에 올랐습니다. 외교안보원을 시작으로 양재사거리 전체가 정체되는 날이었습니다.
버스 정류장에 내려 시계를 보니 벌써 7시 46분으로 바른 호흡으로 몸풀기에 턱없이 모자란 시간이었습니다. 저와 비슷한 시간에 홍기민 사범이 바로 도착했습니다.
간단히 상체와 허리 부분을 스트레칭하고 바로 정권지르기부터 수련에 들어갔습니다.
이번 달부터 다시 수련을 시작하면서 유난히 기본 동작에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많이 지적받는 부분입니다.)
차례대로 정권쥐기, 상체 힘빼기, 상체 곧추세우기, 지지발을 열지 않기 및 다리와 정권이 같이 떨어지기입니다. 물론 크게 보면 낮은 자세 유지가 그 최종목표이긴 하지만 지금은 자잘한 오류 수정에 여념이 없습니다.
오늘은 전반적으로 수련 "리듬"이 잘 나오지 않는 날이었습니다. 원장님께서 지적하셨지만, 저는 매번 수련에 참가할 때마다 수준이 들쭉날쭉 한 것 같습니다. 오늘은 기본동작부터 상체에 힘이 들어가고 중심을 잡기 힘들었습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유근법을 충분히 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호흡을 가라앉히기도 전에 수련을 하니 억지로 근육으로 움직임을 내는 느낌이었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힘든 부분은 뒷굽이와 발차기였습니다.
뒷굽이는 앞굽이와 다르게 체중의 하중이 유난히 느껴집니다. 한 쪽 다리에 체중을 실는 것은 같지만, 뒷굽이 같은 경우 다리와 엉덩이를 한 수직선 상에 두어야 하기 때문인지 낮은 자세를 유지하기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반달차기를 할 때, 오른쪽과 달리 왼쪽을 차면 쉽게 지탱발이 열리고 골반이 잘 돌아가지 않았습니다.
본래 저는 왼발을 가장 조절하기 힘들었습니다. 무슨 발차기를 하든 왼발에는 힘이 잘 실리지 않고, 무릎도 잘 펴지지가 않습니다. 제 생각에 발차기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위는 정작 차는 발이 아니라 지탱발에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의아한 것은 저의 오른 발은 스스로 잘 컨트롤하고 있다고 생각함에 불구하고 왼발이 잘 운용되도록 뒷받침을 해주지 못 하는 것입니다.
뒤에서 사범들이 품새를 수련하는 것을 보면 각 사범마다 고유의 특징이 발현하는 것을 발견합니다.
변형근 사범의 품새는 굉장히 호쾌하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순간순간 허리의 트임과 정권의 지르기가 마치 도르래로 연결되어있는 듯한 인상을 받습니다. 이동하는 순간마다 묵직하게 내딛는 발딛기(발차기)도 그렇습니다. 중간부터 수련에 참여해서 그런지 다소 호흡 조절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홍기민 사범의 품새는 낮은 자세가 무척 도드라집니다. 또한 하나 하나 짚어 가면서 내지르는 진중한 지르기와 안정된 이동이 눈에 띕니다. 개인적으로 봤을 때, 굉장히 기본에 충실하면서 잔동작이 없는 몸짓을 구현하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이승용 사범은 마치 물이 흐르는 듯한 품새를 보여줍니다. 힘이 실리는 듯이 안 실리는 듯이 그러나 지르기와 발차기는 맺고 끊는 것이 확실함을 보여줍니다. 무엇보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마지막까지 얼굴색 변하지 않고 호흡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부럽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품새에 들어갈 때 쯤이면 도장의 산소가 다 소진한 듯한 느낌이 듭니다. 가슴이 갑갑하고 어떨 때면 머리가 멍해지는 기분도 듭니다. 저는 처음에 도장이 지하에 있어 산소유입이 충분하지 않는 것으로 이해했습니다. 그러나 사범들이 저의 폐활량이 부족하고 호흡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해줬습니다. 결국 얕은 가슴호흡이 그 원인인 것 같습니다.
오늘로 9월 수련은 다 끝났습니다. 다음 10월은 매주 화요일에 수련이 있습니다. 추석 연휴 잘 보내시고, 건강한 얼굴로 다시 뵙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