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석(11)
우정, 조정효, 변형근, 홍기민, 이주환, 이승용, 천종민, 한동호, 전성아, 이재연, 한민
9박10일 동안의 서울수련을 마무리 지으며 원장님의 제언으로 일지를 작성합니다.
양재역에 내려 연무재를 향해 허리를 비틀며 걸을 때면 언제나 얼굴에 미소를 짓게됩니다. 그 걸음 걸음 가득히 동도들의 애정이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1층 본느샹스의 불빛은 고통스런 수련의 시작을 알리는 빛이기에 더욱 세련되어 보입니다. 계단을 따라 내려갈 때의 복잡한 마음은 도장 철문틈으로 새어 나오는 빛에 의해 한 순간에 정리됩니다.
도장에 들어서면 언제나 그렇듯이 원장님이 이주환 사범과 유근법으로 몸풀기를 하고 계십니다. 도복때를 힘껏 당겨매고 '왼다리 뻗고 오른다리 뒤로 보내 앞으로 접는 동작'부터 함께 수련에 임했습니다.
원장님께서 호흡을 제대로 하는 지 꼼꼼히 살피시기에 아랫배에 숨을 채우려고 노력했습니다. 숨이 배꼽을 중심으로 끊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결국 한 숨에 들이마시고 내쉬는 것이 아니라 코로 아랫배로 숨을 채운 후 가슴까지 끌어올리는 과정에서 몸에 무리한 힘이 들어가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호흡의 부조화가 연법수련에서 하체와 상체가 서로 견제하는 결과를 낳게 되는 것 같습니다.
쟁기자세를 할 때쯤 변형근 사범과 조정효 사범이 도장에 들어왔습니다. 원장님과의 유근법 수련을 마치고 각자 개인별로 유근법으로 몸을 풀었습니다.
기본동작 수련을 하는 동안에 한동호씨, 홍기민 사범, 이승용 사범, 그리고 전성아씨가 도장에 도착했습니다. 기본동작 수련에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것은 '주춤서기'를 할 때 팔동작을 돌쩌귀에서 몸통지르기를 하는 것과 '앞굽이 아래막기'동작에서 천천히 몸과 팔을 열으로 비틀었다가 빠르게 팔동작을 짜서 내리는 것이다. 호흡과 함께 허리의 쓰임을 고민해 보려고 합니다.
발차기 수련과 품새수련은 원장님께서 직접 지도를 해주셨습니다.
발차기 동작에서는 허리를 비틀어 무릎이 앞으로 깊게 밀고 나가야 하는데 허리가 꼬일 때의 통증이 두려워 동작이 부자연스러웠다. 허리의 꼬임이 부족하다보니 팔동작도 박자가 맞지 않았습니다. 호흡을 유념하며 발치기 동작을 수련해야겠습니다.
품새수련에서 앞굽이, 뒤굽이 동작의 정확한 수련이 중요하다고 원장님께서 재차 강조하셨습니다. 호흡이 얕다보니 자세가 계속 높아지고 허리의 쓰임이 제한적이라 동작이 인위적으로 꾸며지는 형국입니다.
연법1식은 만련,평련,쾌련으로 수련했고, 2식부터 5식까지는 평련과 쾌련으로 수련했습니다. 기존 동도들이 연법수련을 하는 동안 전성아씨는 정권단련, 주춤서기, 그리고 허리굽혀 양손바닥을 바닥에 붙이는 수련을 실시했습니다. 인라인스케이트를 즐기는 분이라 그런지 주춤서기 동작이 깔끔했습니다. 한동호씨는 태권도 시범단에서 활동하는 분이라는데 연법1식 동작에서 경기태권도의 끊어짐이 많이 배어납니다. 앞굽이로 전진할 때 양발이 스치듯 나가는 모양은 나름대로 중심이동이 잘 되어보였습니다. 다른 사범들의 모습은 처음 보았을 때 보다 동작이 간결하고 절제되고 정확해 보였습니다. 본인과의 격차를 충분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연법1식부터 5식까지 연속수련을 마칠 때쯤 결혼을 앞둔 한민 씨와, 이재연 씨가 도장에 들어왔다. 소파에 나란히 앉아 있는 모습이 참 행복해 보였습니다. 마무리 동작으로 주춤서기 8분을 실시했습니다. 지난 주 보다 호흡이 조금 열려 참을 만 했지만 여전히 자세가 높았습니다. 꾀를 부릴 것인가 참을 것인가를 8분동안 계속 고민했습니다. 수련에 임하는 자세에서 자신을 속이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을 것입니다.
수련을 마치고 예비신랑신부가 가져온 음료수와 이승용 사범의 어머님께서 손수 담근 복분자주, 그리고 평소처럼 맥주, 소주, 과자류를 함께 나누며 예비신혼부부를 축하해 주었습니다. 원장님과 홍기민 사범의 주도예찬은 언제봐도 정겹다. 연무재가 즐거운 것은 서로에 대한 예의와 변함없는 신뢰, 그리고 끊임없는 격려덕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도장문을 나서 다음 수련을 약속하며 헤어지는 모습마저 아름다운 곳, '연무재' 그 이름을 몸과 맘에 올곧이 담아 양재역으로 걸어갑니다. 돌아가는 걸음걸음마다 밤바람이 내 가슴을 떨게 한다. 본인에게 '연무재'는 평생 함께 하고 싶은 곳입니다.
원장님과 동도들의 무궁한 정진을 기원하며 일지를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