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석(5)
우정, 변형근, 홍기민, 이승용, 천종민
아랫지방에는 비가 온 뒤 많이 쌀쌀하다고 하는데, 서울은 봄기운이 완연했습니다. 양재역에서 도장까지 빠른 걸음으로 걷는데 땀이 맺힐 정도였습니다.
7시가 조금 지난 시각에 도장에 도착했습니다. 원장님께서 먼저 유근법으로 몸을 풀고 계셨습니다. 중심잡기 동작부터 수련에 참가했습니다.
접고 젖히는 동작에서 하복부가 대퇴부에 먼저 닿아야 한다고 매번 강조하는데 아직 호흡이 끊어지고 등이 굽는 형국입니다. 일상생활에서 접고 젖히는 동작중에서 가장 자신있는 자세를 호흡과 함께 꾸준히 수련해보라는 당부를 하셨습니다.
유근법 수련을 마칠 때까지 다른 동도들이 도착하지 않아서 잠시 개인수련시간을 가졌습니다. 때마침 변형근 사범과 홍기민 사범이 도착했습니다. 원장님이 부탁한 컴퓨터를 사무실에 옮기고 내려오는 길이라고 했습니다.
금일 수련은 원장님께서 앞굽이 뒤굽이를 아주 천천히 정확한 설명과 자세교정을 첨가해 지도해주셨습니다. 몸의 중심을 발뒤꿈치에 두어야 된다는 것과 허리를 꼬고 호흡을 통해 자세를 계속 낮게 가져가야 한다는 것을 끊임없이 강조하셨습니다. 무릎이나 대퇴부에서 열이 날때쯤이면 고민을 하게 됩니다. 조금 몸을 높일까 아니면 참아볼까...늘 유념하며 생각의 꼬리를 물고 있어야 되는데 금방 잊게 됩니다.
시간관계상 앞굽이 뒤굽이동작 수련을 마치고 바로 품새수련으로 들어갔습니다. 품새수련부터는 이승용 사범도 수련에 참가했습니다. 연법1식부터 연법5식까지 원장님과 먼저 평련(1식은 만련) 으로 수련하고 조금빠른 평련을 저희들끼리 수련하는동안 원장님께서 자세를 교정해 주셨습니다.
정권지를 때 위로 젖혀지는 손목동작과 발뒤꿈치에 중심이 실리지 않는 부분과 품새가 진행될 수록 무너지는 앞굽이, 뒤굽이 그리고 호흡까지 진기를 뿜어 내시는 원장님의 가르침에 그저 죄송할 따름이었습니다.
변형근 사범의 동작이 그래도 가장 안정적이라는 칭찬도 아끼지 않았습니다. 홍기민 사범은 뒷굽이 동작에 좀더 신경을 쓰라는 당부도 잊지 않으셨습니다. 이승용사범에게는 지를 때 밀지 말고 힘차게 지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본인은 동작중간에 숨을 참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하셨습니다.
개별품새수련을 마치고 연법1식부터 5식까지 연속(본인은 4식까지)으로 품새를 수련했습니다. 4식이후로 갈수록 쾌련이 만련처럼 느려지는 것을 계속 지적하셨습니다. 낮고 빠르게 그리고 호흡...수련의 요체는 간단한데 그것이 매번 수련할 때마다 경직되고 느려지는 것은 생각의 꼬리를 놓치는 것이 아닐까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공부할 때나 일을 할 때도 조금 힘들면 쉽게 포기하던 일들이 부끄럽게 여겨졌습니다. 아무래도 연무재의 매력이 내면의 어린 자아를 볼 수 있게 해주는데 있는 것 같습니다.
마무리는 평소대로 주춤서기 8분으로 끝을 맺었습니다. 코로 아랫배로, 발뒤꿈치에 힘을 주고 무릎은 벌리고 아랫배 더 내밀고...연신 하나라도 더 제대로 가르침을 주시는 원장님의 주문에 자세를 높혔다 낮혔다를 반복하게 됩니다.
수련을 마치고 간단하게 맥주와 음료수로 갈증을 달래며 금일 수련에 대한 느낌을 나누었습니다. 무엇보다 앞굽이, 뒷굽이 동작을 천천히 배울때가 힘들었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매번 하나하나 혼신을 다해 가르치고 싶지만 갈수록 지친다는 원장님의 말씀에 동도들 모두 죄송할 따름입니다.
금일 미국으로 출국한 따님생각이 많이 나는지 서운한 표정이 읽혀졌습니다. 새신랑 이승용사범을 먼저 보내고 남은 사람들은 원장님과 순대국밥을 한그릇씩 더 비웠습니다. 이 자리에서 원장님께서 미국과 중국 그리고 티벳등에 관한 얘기를 홍기민 사범과 나누었습니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기본적인 원칙이 지켜지는 사회시스템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셨습니다. 소주 한병을 홍기민 사범과 나눠드신 후 자리를 정리하고 걸어가시는 원장님의 뒷모습에서 세월의 흔적과 그 세월을 버텨오신 저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변형근 사범과 홍기민 사범 그리고 본인은 토요일 옥수역에서 만날 시각과 연락처를 확인하고 헤어졌습니다. 돌아오는 지하철안에서 지나간 세월을 무심히 떠올려 봅니다. 5년 전 지하철에서 주춤서기자세로 목적지까지 가던 한 청년의 모습입니다. 금일 저는 그냥 선채로 잠시 생각날 때마다 발뒤꿈치에 힘을 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