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석(5)
우정, 변형근, 홍기민, 이승용, 천종민
하숙집 물건을 정리하다보니 평소보다 늦게 도장에 도착했습니다. 원장님께서 이미 몸을 다 푸시고 개별수련을 하고 계셨습니다.
이주환 사범(이하 이사범)은 가게일이 바빠 수련에 참석 못하게 되어 아쉽다며 전화로 안부를 전해왔습니다. 변형근 사범(이하 변사범)은 최근 어려운 회사사정에도 불구하고 도장에 일찍도착하려는 모습이 역력합니다.
생활습관을 지킬 때와 지키지 못할 때의 호흡이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유근법을 통해 매번 깨닫게 됩니다. 유근법을 단순히 몸풀기로 급하게 하는 것보다 한 동작을 하더라도 호흡과 더불어 품새동작을 대비해 수련하는 것이 좋습니다.
주춤서몸통지르기에서 두번지르기와 세번지르기는 그 느낌이 확실히 다릅니다.
두번지르기가 주춤서기를 통한 하체의 고정과 허리의 비틀림 그리고 여덟팔자모양으로 움직이는 주먹의 궤적을 고민하게 만드는 동작이라면, 세번지르기는 여덟팔자의 궤적이 점점 직선에 가깝게 수렴하는 느낌과 빠르게 지를 때의 호흡을 연습하게 해줍니다.
기본동작은 앞굽이와 뒤굽이를 할 때 몸의 중심을 한 발에 실어 단단히 고정하고 일직선(실제 모든 자세가 여덟팔자의 궤적이 최단거리인 일직선으로 변화는 모양)으로 앞으로 나가려고 하면 자연히 허리를 비틀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원장님께서 평소에도 일직선을 지향하면서 한 다리중심과 발바닥으로 땅을 움켜쥐듯이 걷는 연습을 통해 깨달음을 얻어볼 것을 추천하셨습니다. 빠르게 걷기와 느리게 걷기 역시 걸음의 속도에 따라 얻는 것과 잃는 것이 무엇인지 느껴보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응용동작은 생략하고 발차기와 품새에 수련을 집중하였습니다. 홍기민사범(이하 홍사범)은 변함없이 기본동작과 발차기수련사이에 도착했습니다. 유근법부터 홍사범이 수련한다면 폭발적인 발전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발차기 역시 디딤발이 고정된 상태에서 허리를 곧게 세우고 무릎이 스치듯이(즉 가장 효율적인 일직선으로)지나가려면 허리를 틀 수 밖에 없습니다. 이 과정에서 발목과 무릎 그리고 허리의 꼬임과 호흡의 분기점을 의식하면서 자신의 무게중심을 낮추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어떤 동작이든 끊임없는 반복수련에 의해서 깨우침을 얻는 방법과 깊이있게 원리를 연구해 의지를 갖고 실천하는 방법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스승의 존재는 더욱 빛이납니다. 살아가는동안 뛰어난 통찰력과 지혜로운 안목으로 후학들을 지도하는 스승을 만난다는 것은 큰 복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승용사범(이하 용사범)이 품새수련에 동참했습니다. 올 한해 용사범이 사명서의 계획대로 심도있는 연무재수련을 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품새수련은 만련, 평련, 쾌련 그리고 연속수련에 따른 미묘한 차이를 의식하면서 수련하는 것이 좋습니다. 기본동작과 응용동작을 완전한 문장으로 만든 것이 품새입니다. 따라서, 개별동작의 정확한 수련을 통해 개인의 수련정도에 맞는 빠르기와 이해를 바탕으로 수련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연무재동작 하나하나는 선배들의 고민의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몸으로 체득되어진 수련요체를 후배들이 계속 연구하고 개선해나가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연무재의 장점이자 존재이유라고 봅니다.
주춤서기9분은 더 낮추려는 의지와 매순간 다가오는 압통과의 싸움입니다. 버텨야 할 시간에 반비례해서 의지는 줄어드는 경향이 많습니다. 평소에도 좋아하지 않는 커피를 습관처럼 마시면서 다시는 안마셔야지라고 후회를 하곤 합니다. 내 몸에 맞지 않아도 계속 실수를 반복하는 습관을 끊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수련에 임하는 태도역시 도장에서 함께 수련할 때와 개인적으로 수련할 때 차이가 많이 납니다. 그러한 의지를 점점 단단하게 만들기 위해 연무재수련에 더욱 시간과 열정을 집중해야 합니다.
수련을 마치고 간단히 도장에서 맥주와 음료수로 목을 축이고 원장님께서 본인의 귀향에 즈음하여 동도들에게 순대국밥을 사주셨습니다.
변사범은 어떤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1만 시간의 법칙(관련서적 아웃라이어/말콤 글래드웰/김영사)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해주었습니다.
홍사범은 같은 시간에 한 작품을 만들게 하는 경우와 많은 습작을 통해 작품을 고르는 실험에서 많은 습작을 통한 실패가 더 좋은 작품을 위한 아이디어를 발견하는 기회가 되더라는 예화를 소개했습니다.
원장님께서 사범들의 얘기에 덧붙여서 삶을 바라보는 다양한 각도에 대해서 이야기하셨습니다. 인생살이든 수련이든 기본 바탕을 마련하고 그 바탕위에 의식을 집중해 원리를 깨달아야함을 알려주셨습니다.
연무재의 소중함을 좋은 말로 꾸미지 말고 직접 참여하고 주인정신을 갖고 의지를 굳건히 할 때 연무재의 미래도 밝다고 생각합니다.
일년동안 서울에서 연무재를 수련하면서 주간단위로 삶을 계획할 수 있었습니다. 매주 화목수련을 통해 원장님의 지도와 조언이 삶의 등불이 되었습니다. 사명서를 통해 삶의 비전을 갖는 기회도 가졌습니다. 무엇보다 뜻이 맞는 동도들과 함께 수련한다는 것은 크나큰 즐거움이었습니다.
가장 소중한 선물이 현재라는 사실을 우리 동도들은 잘 알고 있습니다. 연무재의 미래는 바로 지금 현재에 달려있습니다. 각자 사명서위에서 깊이 고민하고 의견을 나누며 수련을 지속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봄바람이 다시 불어오는 날 양재동길을 기분좋게 걸어가는 모습을 그리며 원장님과 동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