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석(4)
우정, 변형근, 홍기민, 양준명
광화문에서 470번 버스를 타고 오던 길이었습니다. 버스 안에서 졸다가 7시 즈음 깨어나니 논현부근에 와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버스에 오를 때와 달리 하늘에서 벼락이 치고, 천둥이 울리며 비가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궂은 날씨와 퇴근시간의 많은 교통량에 다른 분들께서 오실 수 있을지 약간 염려스러웠습니다.
도착하니 (여는 날처럼) 원장님께서 와계시고, 곧 이어 홍기민 사범이 도착했습니다.
주춤서몸통지르기는 무릎을 움직이지 않는 것에 중점을 두어 수련했습니다. 예전보다는 흔들리는 것이 다소 나아졌지만, 무릎에 신경을 많이 쓰다 보니 되려 상체 특히,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것 같았습니다. 상체는 힘을 빼고 허리의 꼬임으로 정권이 나가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두 번 지르기는 느낌이 괜찮았지만, 세 번 지르기를 할 때, 무릎이 흔들리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앞굽이 뒷굽이 모두 제가 많이 부족합니다. 특히, 제가 요즘 주목하는 문제점은 이동시에 자세가 높아지는 것입니다. 뒷발이 완전히 앞으로 나아갈 때까지 지탱발이 체중을 버텨줘야 하는데, 그걸 버티지 못하고 무릎을 펴서 탄력으로 체중을 이동시키다 보니 그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뒷굽이는 여전히 그 몸의 꼬임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앞굽이는 앞발을 중심으로 허리를 꼬아 국부를 허벅지에 숨긴다는 느낌으로 틀어주면 대략적인 몸의 꼬임을 느낄 수 있는 반면에 뒷굽이는 그저 뒷발에 모든 체중을 싣는다는 고통만 느껴질 뿐, 어느 부위가 꼬이게 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앞으로 개인적으로 가장 중점적으로 수련을 할 부분입니다.
예전 수련 같으면 발차기에 들어가기 전부터 호흡이 거칠어졌는데, 이번 수련은 호흡이 예전에 비해 상당히 안정적이었습니다. 나름 뿌듯했습니다.
경기태권도를 하면서 발차기는 자신 있다고 생각했는데, 연무재에 와서 그 생각이 100% 없어졌습니다. 경기태권도는 속도를 중시하다 보니 체중의 이동이나 몸의 꼬임, 자세낮춤에 별로 신경 쓰지 않습니다. 뭐니뭐니해도 지탱발의 운용은 완전히 상반됩니다. 경기태권도는 차는 발이 나감과 동시에 지탱발을 여는 것을 강조합니다. 그럼으로써 가랑이를 펼치면서 지탱발을 지면에서 스치듯 이동하면서 닿는 거리를 연장시킬 수 있습니다. 체중이동이 용이한 점도 있습니다.
이제 그 지탱발을 끝까지 유지하면서 낮은 자세로 차려니 발목이 버티지 못하고 부러질 것 같은 착각이 듭니다. 그래서 계속 지탱발을 열면서 차서 지적을 많이 받았습니다.
홍기민 사범은 꾸준한 수련이 꽃을 피우는 것 같습니다. 제가 키가 가장 ‘큼’에도 불구하고 홍기민 사범이 오히려 가장 낮은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무엇보다 연법 1식의 아래막고몸통지르기에서 몸의 중심선 이동은 제가 보고 배워야 할 부분이었습니다.
변형근 사범은 마지막 연속 품새시간에 도착했습니다. 주춤서기라도 해야겠다며 일부러 시간 내서 온 변형근 사범의 열의에 감탄했습니다. 변형근 사범은 특유의 탄력을 보여주면서 품새를 두 번 연속으로 수련했습니다. 그럼에도 땀이 비 오듯 흘러내려 그 강도를 짐작하게 했습니다.
수련을 마치고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눴습니다. 가장 놀라웠던 것은 두 사범이 제 나이 때부터 수련을 시작했다는 사실입니다. 저는 뻣뻣한 몸을 원래 그러려니 하면서 자포자기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두 사범은 포기하지 않고 오랜 수련을 통해 부드러우면서 강인한 몸을 만들었음을 알게 됐습니다. 그간 스스로 면죄부를 부여하던 제 모습이 부끄러웠습니다.
오늘 수련으로 10월 수련은 앞으로 두 번 남았습니다. 날씨가 더 쌀쌀하기 전인만큼 수련하기 참 좋은 시기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 많은 분들이 수련에 참여하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