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민, 김세진
출석 (2)
어제는 몸에 중량(중량조끼, 팔다리 모래주머니)을 달고 했더니 좀 피곤해서, 오늘은 중량 없이 맨몸으로 했습니다.
역시 주춤서 몸통지르기는 어렵습니다. 제일 먼저 하다보니 숨길도 아직 덜 열려있기도 하고, 골발/허리에 드라이브가 걸릴때도 있고 안걸릴때도 있습니다. 힙드라이브가 안걸리면 팔만 내뻗게 되는데, 기분 참 허전합니다. (골프 스윙 연습같습니다. 잘 맞다가...안 맞다가...)
전진하며 앞굽이 아래막기, 전진하며 앞굽이 얼굴막기는 이제 어느 정도 궤적과 타이밍에 대한 느낌이 체화되고 있는 듯 합니다. 이것을 어떻게 실제 대인 격투에서 쓸 것인가 고민을 하는데, 왠지 이제 좀 쓸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전진시에는 두 팔이 몸에 교차하면서 몸에 착 감기듯하고 (이때 윗손은 얼굴쪽 아랫손은 몸통을 감싸듯), 그대로 전진하는데 - 이때 그대로 상대방에 부딛혀도 좋다는 느낌으로 돌진합니다. 무게 중심이 전진하는 발로 이동되면서 몸에 착 감겼던 두 팔이 풀리면서, 동시에 허리/어깨가 반대 방향으로 반전하면서, 내려막는 손과 무게중심 이동이 동시에 딱-맺히면서 아래 막기의 한 사이클이 끝납니다. 이때에는 몸이 시작때와는 반대로 단단히 꼬여 있게 됩니다. 얼굴막기로 전진할때에도 아래에서 올려막는것만 제외하고 나머지는 같습니다. (참고로, 요새 국기원에서는 아래막기를 "내려막기", 얼굴막기를 "올려막기"라고 칭합니다. 왠지 더 그럴듯한 표현 같습니다.)
품새를 연습하는데, 가장 공을 들이는 것은 언제나 1식입니다. 많이 해보기도 했고, 가장 고민도 많이해서 그런것 같습니다. 2식-5식도 유사하게 공을 들여야 할텐데, 1식 정도로 신경은 못씁니다. 지치기도 하고, 동작이 점점 복잡해지기도 하구요. 특히 4식 날개 움직임은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주춤서 몸통지르기를 모로 움직이면서 한다고 생각하고 하는데, 영 동작이 굼뜨고 어색합니다.
1식을 평련으로 하다가 왠지 감이 좋을때 특정 동작에서 약간 빨리해봅니다. 특히 앞뒤 전진시 좀 빨리 해보는데, 당성차고 마지막 앞굽이 자세에서 반대지르기(주먹지르기)를 할 때 중심이동과 동시에 허리의 반전, 주먹지르기가 동시에 한점에 맺혀지도록 신경을 씁니다. 이 중심이동-허리꼬임-지르기가 한점에서 잘 이루어지면, 주먹이 아주 기분좋게 내질러졌다가 채찍처럼 회수됩니다. "끊어치기"가 되는 것이겠지요.
저번에 기민이형이 발차기를 환상적으로 했던 것이 생각나서 오늘 모습을 보니 지난번 보다는 약간 경직되어 보입니다. 형도 그렇게 느꼈는지, 내가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네가 나 발차기 좋다고 한 날 있잖아? 그때 정말 컨디션이 좋고, 발차기가 잘 되는 느낌이었어"라고 하더군요. 과연, 1-2시간 내내 두 사람 모두 가빠오는 숨에 고통스러워 하며, 각자의 몸과 몸의 움직임에 온 정신을 집중하고 있네요. 우리는 과연 태권 "도"를 하고 있구나 싶었습니다.
언젠가 부터 사람의 몸이라는 것, 살아있는 것들을 바라볼 때에, 그것 자체로 고정적이라는 생각보다는, "잠시 그렇게 고여있다"는 느낌을 가지고 바라보게 됩니다. 어느 다큐멘터리를 보니, 사람의 뼈에는 조골세포와 파골세포라는 것이 있어서 하나는 계속 부수어 없애고, 하나는 계속 만들어서 대략 10년 정도 지나면 기존 뼈를 이루던 세포들이 싹 바뀐다고 합니다. 건물은 서있는데, 그 벽돌과 골재가 매일 야금야금 교채되어 10년 후에는 전혀 다른 재료로 서있게 된다는 거죠. 모든 것이 그렇다고 합니다. 사람과, 그 사람간의 관계도 그렇게 비온 후 웅덩이 처럼 잠시 고여있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원래 거기 항상 그렇게 있는 것 처럼 보이지만, 유심히 들여다보면 항상 변화하는 와중에, 아슬아슬하게 형상을 유지하고 있을 뿐입니다. 몸도, 마음도, 사람도, 관계도, 기술도 모두 그런 것 같습니다. 의지와 우연을 버무려 그렇게 잠시 유지보수하고 있을 뿐인데, 그 와중에 사람은 그것이 영원할 것이라 생각하고 ... 천년만년 계속될 것이라 착각하며 많은 실수를 하게 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마흔을 넘긴 나이에 이렇게 땀흘리며 궁리하고, 매주 도복을 세탁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해주는 연무재라는 이 공간이 참으로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맑은 물이 새벽 빛에 반짝 거리며 예쁘게 고여 있는 이미지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