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석(2)
홍기민, 김세진
오전 8시 반 조금 넘어서 도장에 도착했더니 기민이형이 도장 청소를 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늦게 오는 바람에 마지막 걸래질만 살짝 거들고 별다른 도움은 못되었습니다. 기민이형이 청소를 이미 다 해주셔서 쾌적한 환경에서 운동할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평소와 마찬가지로 주춤서 몸통지르기부터 기본/응용동작/발차기/품새/무기술 순으로 연습을 했습니다. 저는 집에 먼저 가는 바람에 마지막 주춤서기는 못했습니다만, 기민이형은 전부 수련하고 귀가하였습니다.
오늘 기민이형과 품새에 관하여 얘기하다보니, 자연스럽게 글씨쓰기에 빗대어 제 생각을 얘기하게 되었고 기민이형도 공감해주었습니다.
평소에도 글씨체가 예쁘고 어떤 상황속에서도 글씨를 잘 쓰는 사람은 (1) 재주가 타고났거나 (2) 평소 경필 훈련을 통해 글쓰는 법을 익혀야 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후자에 해당되겠지요. 대부분의 펜글씨 쓰기 교본은 처음에 글을 점선을 따라 올바른 획순으로 쓰는 것을 지도합니다. 그리고 정자로 쓰는 연습을 반복합니다. 필기체를 별도로 다루고 있는 교본도 있으나, 대체로 교본은 정자체까지만 소개합니다. (요즈음 많이 있는 <예쁜글씨 쓰기 학원> 같은 곳에서는 정자쓰기 보다는 어떻게 가독성 좋은 필기체를 아름답게 쓰는지 그 요령을 가르치는 것 같습니다.) 사실, 필기체를 별도로 익히지 않더라도, 정자체를 기가막히게 쓰는 사람은 대체로 필기체로 흘려쓰더라도 글에 기품이 있고 아름다운것 같습니다. (우정 원장님 펜글씨가 무척 아름다우셨던 기억이...ㅎㅎ)
품새가 마치 글쓰기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만련, 정련, 쾌련. -- 만련과 정련을 통해 허리쓰임을 기반으로 동작이 정제되고 그것이 몸에 잘 스며들면, 쾌련으로 후다닥 대충 몸부림을 치더라도 그 핵심은 그대로 구현됩니다. 쾌련은 마치 필기체 같습니다. 요즈음 품새를 가르치지 않는 여러 격투기 종목들은 매번 상황에 맞게 가독성 좋은 글쓰기 연습을 시키는 예쁜글씨쓰기 학원 같은 것이겠지요.
우리는 평소 기본동작과 응용동작으로 획 연습을 하고, 정련과 만련으로 그 획들을 이어 붙이는 정자체 연습을 부단히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차체가 아름다움 사람은 촌각을 다투며 대충 쓰더라도 필기체가 아름답습니다. 만련과 정련이 잘 수련된 사람은 유사시 그저 몸부림 치더라도 자연스레 쾌련과 그 기술이 구현될 듯 합니다.
움직임과 글쓰기 사이의 관계에 대한 매우 흥미로운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