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석자 2
소준영 김세진
오늘 오기로 한 기민이형이 배탈이 나서 부득이 불참했습니다. 상온에 하루 둔 우유가 문제였다고 합니다. 저도 음식 남기거나 버리는 것을 싫어해서, 약간 의심되더라도 맛에 이상 없으면 소비해버리는 경우 있어서 기민이형의 마음을 백분 이해합니다. 하지만 저도 그렇고, 모두들 음식 조심해야 할 것 같습니다. 더위가 빨리 찾아봤습니다.
평소 운동 페턴을 든든하게 이끌어주던 기민이형이 없으니, 오늘은 저와 준영이가 기본동작들을 하나씩 연구해가면서 부분적인 연습을 많이 했습니다. 주춤서 몸통지르기, 내려막기/올려막기/거들어막기 --> 응용동작 --> 발차기 까지 하니 1.5시간이 훌쩍 갔습니다.
대부분 제가 평소 깨닫고 알게된 것들을 준영이에게 세세하게 알려주는 방식으로 준영이가 좀 지루했겠습니다.
연무재 운동의 핵심은 허리(또는 몸통)의 움직임을 중심으로 사지를 뿌리고 휘감아가면서 쓰는 것입니다. 자세히 관찰해보면 "허리"라고 부르기에도 부족한 몸통 중심의 힘찬 움직임입니다. 골반이 사타구니가 깊게 접히는 모습이기도 하고, 한쪽 골반이 앞 뒤로 크게 돌아가는 느낌이기도 합니다. 골프나 야구의 스윙자세, 수영의 크롤동작, 공을 던지는 투구폼, 권투의 스레이트 등... 거의 대부분 회전동작을 사용하는 선수들의 숙련된 자세에서 발견되는 그 자세입니다. 이때 중요한것은 그렇게 허리가 움직일때, 어깨는 반대로 움직입니다. 그 작용과 반작용으로 만들어지는 꼬임 속에서 (안그럴것 같지만) 큰 힘과 충격이 나옵니다. 채찍의 움직임도 같은 원리입니다.
두번째 원리는 중심의 이동입니다. 허리를 중심으로 몸이 작용/반작용으로 꼬이고, 그 꼬임이 극에 달하면 방향이 바뀌어 다시 반대로 돌면서 꼬이고...를 반복합니다. 이것을 가장 잘 보여주는 동작이 주춤서 몸통지르기입니다. 사람이 제자리에서 구현할 수 있는 가장 격렬한 동작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동작이 몸 전체가 이동을 하는 와중에 만들어집니다. 그 이동은 체중을 한 중심에서 다른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이루어 집니다. 전진을 할때에도 한쪽 다리로 땅과 체중을 지지하다가, 급격히 다른 쪽으로 이동합니다. 그 중간에 양쪽 다리로 지지하는 과정도 있겠지만, 찰나입니다. 허리의 꼬임과 풀림 동작이 한쪽 극에 달할때, 중심의 이동도 마무리되어야 모든 동작이 한 끝에 맺힙니다. 그리고 새로운 중심이동이 이루어지면서 꼬임과 풀림도 다른 쪽으로 이루어 집니다. 이 움직임 속에서 회전과 중심이동이 합해져 더 큰 힘이 발휘됩니다. 한반도에 상륙하는 태풍의 오른쪽을 위험반경이라고 합니다. 북상하는 태풍이 반시계방향으로 회전하기 때문에, 태풍의 오른쪽 반경은 북상하는 힘과 회전해서 올려치는 힘이 더해지기 때문입니다. 같은 원리 입니다.
정리하자면, 온 몸의 각부위가 서로 반대 방향으로 꼬이고 풀립니다. 허리와 어깨가 그러하고, 내지른 주먹과 허리에 잰 주먹이 서로 반대로 꼬입니다. 이런 몸 전체가 한 쪽 다리에 체중을 실어 중심을 이동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동작들이 극에 달하면 변합니다. 태권도 품새에 녹아있는 세세한 기술들은 사실 이 한 가지 몸짓이 어느 특정 조건과 환경을 만나 그때 그때 다른 기술로 발현될 뿐입니다. 사실은 한 가지 기술입니다.
지극히 단순하지만, (말로 표현하려 하면) 도대체 이렇게 복잡해지는, 이 몸짓을 찾아가는 과정이 태권도의 길 같습니다.온몸이 꼬이고 풀리든, 체중이 한쪽 발에 이르면 반대 발로 옮겨가든, '극에 달하면 변하는' 이 과정이 세상의 당연한 이치 그대로인 것도 같다는 생각이 들어 문득 소름이 돋습니다.
이 맥락에서 준영이에게 이렇게 저렇게 동작을 가르쳐주었는데, 의도대로 잘 전달되지가 않아서 미안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