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1일 (금) - 작성자 김세진
출석 (1)
김세진
저녁에 잠시 여유가 생겨 도장에서 운동을 했습니다. 몸이 많이 굳어 있어서 어떻게 하면 부드럽게 풀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정적으로 호흡과 스트레칭을 오래 하는 것도 좋지만, 시간이 다소 걸립니다. 요즘에는 천천히 ‘만련(晩鍊)’으로 품새 1식부터 5식까지 이어서 하며 몸을 푸는 방식을 자주 씁니다. 의외로 효과가 괜찮습니다. 몸이 자연스럽게 풀리고 나면 그때 호흡과 스트레칭을 하면 훨씬 수월합니다.
이날은 주춤서 몸통지르기를 시작으로 기본 및 응용동작, 품새 1식부터 6식, 연속 품새, 그리고 무기술까지 약 40분간 연습했습니다.
‘만련’은 호흡과 몸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점검하며 품새를 천천히 수행하는 훈련법입니다. 그동안은 자세를 낮추어 진행하는 데 익숙했지만, 최근에는 약간 높은 자세로 힘을 빼고 천천히 해보기도 합니다. 이런 방식도 나름의 통찰을 줍니다. 움직임의 핵심은 몸의 주요 관절을 중심으로 ‘꼬았다가 풀고’, ‘무게중심을 이동시키는 것’입니다. 자세를 높게 하면 꼬임과 중심 이동이 도드라지지는 않지만, 낮은 자세보다 덜 긴장이되고 편합니다. 그 여유 속에서 몸의 미세한 움직임을 더 섬세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태권도에서 배운 움직임의 원리를 설명하기 좋은 개념이 바로 ‘열림(開)’과 ‘닫힘(合)’입니다. ‘합’은 몸이 꼬이는 상태를, ‘개’는 그 꼬임이 풀리는 상태를 뜻합니다. 골반을 중심으로 위로는 어깨, 아래로는 무릎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며 단단히 꼬입니다. 앞으로 나간 팔은 손등이 하늘을 보게, 뒤로 남은 팔은 손등이 바닥을 보게 회전시켜 종축과 횡축 모두에서 몸이 꼬이도록 합니다. 자세가 낮을수록 그 꼬임은 더욱 단단해집니다.
‘개’는 이처럼 꼬인 상태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며 풀리는 것을 말합니다. 그러나 단순히 긴장이 풀리는 상태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한쪽 ‘합’에서 다른 ‘합’으로 전환되는 과정 중에 잠시 나타나는 상태가 바로 ‘개’입니다. 즉, ‘합 → 개 → 합’의 연속된 흐름 속에서, '합'이 '개'가 되거나 '개'가 '합'이 되는 찰나에 기술이 만들어집니다. 이처럼 기술이란 움직임의 변화속에서 태어납니다. 태권도의 움직임은 이렇게 ‘합’과 ‘개’의 교차를 통해 인간의 자연스러운 신체 원리를 기술로 승화시켜 놓은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