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석(5)
우정, 변형근, 이승용, 천종민, 이진우
정말 봄이 이래도 됩니까? 4월 초순에 겨울바람이 쌩쌩부는 이런 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원장님께서는 그냥 즐기면 된다고 하시겠죠. 고민을 스스로 만들며 살 만큼 시간이 남아도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죠.
7시15분쯤 도장에 도착했는데 불이 꺼져 있습니다. 아무래도 도장에 들어설 때의 참맛은 지하계단 사이로 은은하게 불빛이 새어 나오는 긴장감인데 말이죠. 원장님의 존재감이 얼마나 소중한 지 되새겨봅니다.
먼저 유근법으로 풀고 있을 즈음 원장님께서 들어오셨습니다. "바람이 많이 분다."라는 일상적인 인사말씀에 본인은 "저녁에 비가 올 것 같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그러자 원장님께서 웃으시면서 그건 어디서 나온 정보인가? 오전에 조금 비가 조금 왔고 저녁에는 안내린다 라고 단언하셨습니다. 기후를 묻고 답하는 사소한 대화 속에서도 자신의 주변환경과 정보에 대한 관심과 해석을 엿볼 수 있습니다.
수련시간을 10여분 남기고 변사범과 이진우 씨가 도착했습니다. 이진우 씨는 지난 주에 이어 연속으로 수련에 임하고 있습니다. 도장에 들어서는 비장함이 수련의지를 읽을 수 있습니다.
원장님께서 이승용 사범의 안부를 넌지시 물어봅니다. 아, 그런데 쪽집게처럼 이사범이 수련에 임박해 정말 오랫만에 도장에 들어왔습니다. 원장님의 감각이 놀라울 따름입니다.
금일은 응용동작을 생략하고 기본동작과 발차기 품새에 집중했씁니다. 이진우 씨는 허리굽히기와 엎드려뻗친 동작을 통해 호흡에 대한 느낌을 수련했습니다.
힘으로 버티기에는 엎드려뻗치는 동작이 만만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호흡을 통해 한 고비 또 한 고비 넘기다 보면 묘한 쾌감이 밀려옵니다. 물론 자신과 타협했을 때의 불쾌함도 함께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본인이 연무재를 처음 배울 때 생각이 납니다. 수련을 마치고 돌아가면 아차산(당시 산에 판자집을 짓고 1년 남짓 살았음)기슭에서 혼자 쇠봉을 들고 미친 듯이 휘두르며 품새를 연습하였습니다. 도저히 지금은 상상할 수 없는 모습입니다. 그래도 노력해보겠습니다.
변사범은 지난 주보다 자세가 높은 반면 허리를 힘차게 비틀고 발차기에도 힘이 실려있습니다. 최근에 발차기 수련을 개인적으로 하고 있다고 합니다. 원장님의 주문대로 도장에서는 일주일의 생활을 점검하는 수련이 되어야 합니다.
이승용 사범은 수련에 장기간 불참한 탓에 동작은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지만 자세가 높고 호흡이 불규칙해 품새를 급하게 하게 됩니다. 그래도 주먹지르기의 무게감은 여전합니다.
품새수련에서는 이진우 씨가 엎드려뻗친 자세를 계속 연마하고 나머지는 2식까지 함께 수련했습니다. 3식부터 본인도 이진우 씨와 나란히 엎드려 뻗친 상태에서 수련했습니다. 원장님과 두 사범은 5식까지 수련하였습니다.
연속품새수련은 본인이 2식까지, 두 사범이 5식까지 2회 번갈아 가며 수련하였습니다. 상체의 힘을 빼기 위해서 변사범이 조언해준 것처럼 진행중에는 숨을 들어마시고 팔동작과 발동작을 마치는 순간에 숨을 내뱉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조금 느낌이 새롭습니다.
금일 수련후에는 원장님과 본인이 먼저 맥주 한잔씩 마시고 도장을 나섰습니다. 원장님과 조촐하게 순대국밥집에서 사는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변사범과 이승용 사범 그리고 이진우 씨는 도장에 남아 변사범의 지도로 유근법을 익히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원장님과 처음으로 마주않아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는데 취기에 가감없이 얘기를 하다보니 횡설수설하게 되었습니다. 원장님께서는 자연스러운게 좋은거라며 웃으셨습니다. 아무래도 연무재의 맛이 스승님이 계시기에 다소 긴장하는 맛이 아닐까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인생에서 중요한 기본적인 3가지는 취업, 결혼 그리고 자녀문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원장님께서 이런 부분에서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하는 본인에 대해 걱정이 되셨나 봅니다. 이야기의 핵심을 꿰뚫지 못하고 주저리주저리 사설만 늘어놓은 격입니다.
이승용 사범과 이진우 씨가 함께 하는 수련이라 그런지 도장이 훨씬 힘차보였습니다. 꾸준히 함께 수련할 수 있기를 기대해도 되겠죠.
불규칙한 계절입니다. 모두 감기 조심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