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석(5)
우정, 변형근, 홍기민, 천종민, 김세진
겨울비라고 하기에는 내리는 모양새가 보슬보슬 봄비를 닮았습니다. 방학을 맞아 배낭을 메고 홀로 여행길에 올랐습니다.
첫 날(월요일)은 김천에 들러 대학신입생때 정신적지주였던 선배집에서 1박을 했습니다.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는 그 사람냄새..인연의 소중함을 배웁니다.
선배는 둘째가 태어난 후 베란다에서 담배를 피는데 내 인생도 끝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며..지금은 아버지로서의 역활에 만족하며 가족이 있어 행복하다고 합니다.
오후에 서울에 올라와 양재역 부근 던킨도너츠에서 오리지널블랙커피 한 잔과 책을 읽으며 수련시간을 기다렸습니다. 날이 흐려 시간의 흐름을 놓치고 있을 즈음 분주하게 우산을 펴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며칠 동안 봄이 오는 착각에 빠졌던 생각을 씻어주려는 듯 겨울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양재역에서 도장까지 걷는 동안 지난 시간의 무게가 그대로 느껴집니다. 처음 낯선 곳을 찾아갈 때, 수련의지가 불꽃처럼 타오르던 때 그리고 반복되는 일상생활의 허트러진 습관으로 무뎌진 무거운 몸을 이끌고 가는 지금..
연무재 수련은 자신의 마음가짐을 그대로 드러나게 만드는 신비한 힘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그것은 스승님의 존재와 오랜시간동안 함께 수련한 동도들이 있기 때문이리라 생각됩니다.
도장에 도착해 도복을 갈아입고 스승님 앞에 서는 그순간부터 이미 몸과 마음은 긴장의 끈을 늦출 수가 없습니다. 아랫배에 의식을 집중하려고 노력하면서 유근법을 순서대로 따라 해봅니다. 상체동작을 마무리 할 때쯤 세진이가 도장에 도착해서 순서에 관계없이 천천히 유근법으로 몸을 풉니다.
8시 정각이 되자 어김없이 수련이 시작됩니다. 마침 계단을 힘차게 뛰어 내려오는 홍사범의 소리가 들립니다. 본인의 구령으로 금일 수련을 시작합니다.
기본동작부터 예상했던대로 자세가 높고 무릎에 통증이 옵니다. 세진이도 지난 주 수련에 불참하고 나온 터라 자세가 다소 높습니다. 주춤서기자세는 과도할 정도로 발뒤꿈치를 벌리고 발바닥으로 마루를 움켜잡는 것처럼 무릎을 벌리고 아랫배를 앞으로 내밀면서 자세를 낮추려는 의지까지 따라올 때 수련효과를 제대로 만끽할 수 있는데, 매 순간 갈등의 연속입니다.
주춤서몸통지르기 동작을 마친 후부터 홍기민 사범이 수련에 동참했습니다. 홍사범의 동작은 전체적으로 부드러워진 경향이 뚜렷합니다. 이어서 변형근 사범도 도장에 도착해 수련에 임했습니다.
오랫만의 수련이라 무거워진 몸과 가슴호흡은 수련시간내내 의식집중을 방해했습니다. 몸이 무너지니 마음이 산란해지고 마음이 무너지니 몸이 게을러집니다. 몸과 마음의 균형이 얼마나 중요한 지 새삼 깨닫게 됩니다.
응용동작 역시 따라하기에 급급해 변사범과 홍사범 그리고 세진이의 동작을 살필 겨를이 없었습니다. 다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수련횟수가 줄어듦에 따라 예전보다 지쳐보이는 모습입니다.
품새수련에서는 본인과 세진이의 호흡조절과 변사범과 홍사범의 운동량을 배려해 본인과 세진이는 1식부터 2식까지 원장님의 지도에 따라 평련을 호흡에 맞추려고 노력하였습니다. 그래도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가 뻣뻣한 모습을 연출하였습니다.
변사범과 홍사범은 3식,4식 그리고 5식을 2회씩 평련으로 수련했습니다. 무엇이든 몰입이 될 때는 머리가 맑고 투명하게 사물을 바라볼 수 있는데, 몸과 마음의 균형이 무너진 상태에서는 육체의 눈과 마음의 눈이 서로 분리되어 끊임없이 잡념이 일어납니다.
본인과 세진이가 1식과 2식을..변사범과 홍사범이 1식부터 5식까지 연속으로 번갈아 2회씩 수련한 후, 주춤서기 10분으로 금일수련을 마무리했습니다.
주춤서기10분은 시간보다 임하는 자세에서 더욱 의지가 그대로 드러나게 됩니다. 1분, 1분 지날 때마다 무릎부터 온 몸이 떨려옵니다. 이미 이러한 상태를 경험한 지라 그저 부끄럽습니다. 그래서 더욱 수련에 임하는 사람에게는 그것을 점검하는 기회가 필요합니다.
수련을 마치고 도장에서 가볍게 맥주와 음료를 마시며 원장님의 생로병사에 관한 얘기, 세진이가 금일 수련을 마지막으로 법무관 임관을 위해 경북영천으로 입소하는 얘기 그리고 인생에서 어떤 선택을 하든 걱정은 따라온다는 원장님의 얘기를 통해 무엇이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사활을 걸어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본인의 귀경과 세진이의 입소가 못내 마음에 걸리신 듯..순대국밥집에서 환영식과 환송식을 겸하게 되었습니다. 연무재에서 순대국밥집을 갈 때는 어린시절을 장터를 따라가는 설렘과 더불어 다소 거창하게 말하면 만남과 이별의 의식이 자연스럽게 담겨있습니다.
수련과 삶에 대한 본인의 의지가 얼마나 중요한 지를 새기는 금일 수련을 통해 삶의 불균형이 찾아올 때 바로잡을 수 있는 스승과 동도 그리고 수련공간의 필요성을 재차 느끼게 됩니다.
수련에서의 부끄러움이 일지를 쓸 때 그대로 이어집니다. 수련시간동안 도대체 무엇을 한 것인가..어떤 얘기를 나누었는가..일지를 바로 쓰지 못하고 미루게 되는 것은 왜일까..수련 후의 일과는 왜 그대로인가..한 마음 크게 세우지 못하고 핑계의 무덤속에 갇혀 허덕이는 어리석음..그저 답답한 마음에 두루 적어보았습니다.
다음 수련시간에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만날 것을 기약합니다.
이주환 종민이형 올라오셨네요... 헉..다시 내려가다니.. 다음주 수련에도 나오나요???
천종민 예, 다음주 수련에 동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