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민, 김세진
오전 9시 30분쯤 도장에 도착하였습니다. 기민형은 이미 도착해서 한참 동안 몸을 풀고 있었습니다. 원래 좀 더 일찍 보기로 했었는데, 제가 오전에 개인 용무가 생겨서 늦게 도착하여,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오늘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주춤서 몸통지르기 부터 시작하여 무기술, 주춤서기로 이어지는 운동으로 마무리 했습니다. 기본동작 하나씩 마칠때 마다 잠시 쉬면서 기민형과 이런 저런 논의를 많이 했습니다. 과연 어떻게 동작을 해야 하는가? 하는 주제로. 앞굽이 아래막기, 안팔목 막고 모지르기 등. 이것이 과연 어떻게 막고 질러야 하는지. 결론은 '동작이 이름에 갇히면 안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노자 도덕경 1장에 "도가도비상도" 라는 말이 나옵니다. 즉, "도를 도라 부르면 더이상 도가 아니다." 과연, 이름을 붙이는 순간, 그 이름에 갇혀서 그 진실이 이름에 갇혀서, 그 진면목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달을 가리키기 위해서 손가락을 들어올리는데, 달을 보는 것이 아니라 손가락을 보는 상황이지요.
마찬가지로 앞굽이 아래막기는, 그 동작을 음미하면 음미해볼 수록 그 동작의 근원적인 원리(즉, 순간적인 허리의 꼬임과 풀림 및 중심이동)만 잘 이루어지면, 그것 자체로 그때 그때 다른 상황을 만나 의도적으로 (또는 의도치 않게) 그에 맞는 기술이 발현되는 것 같습니다. 이름을 따라, 그것이 꼭 막는 동작에 한정되는 것이 아닙니다. // 한편, 내리 '막는' 동작이 가장 하이라이트 이기 때문에, 이름이 그리 붙은 것이라 한다면, 그 내리 막는 동작을 수행하기 위해 꼭 필요한 동작들(즉, 손을 위로 가져가는 동작 등)이 있을 수 밖에 없는데, 그 주변적인 동작 또한 기술이 됩니다. 따라서 소위 우리가 "예비동작"이라 하는 것은 내려막기에 사족으로 붙어 있는 부가적인 동작이 아니라, 물체의 그림자 마냥 당연히 따라오는 자연스러운 동작인 것입니다. 마치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게 마련이 것 처럼.
그래서 한 가지 동작을 시현함에 있어서, 어디에 어떻게 강조점을 두느냐에 따라 여러가지 형태로 동작들이 발현될 수 있습니다. 예컨대, 앞굽이 아래막고 전진하며 몸통지르기는, 허리의 움직임에 따라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팔 동작을 모두 강조하면, 마치 권투의 잽-> (전진나며 다시) 잽 -> 스트레이트와 같은 동작이 됩니다. 하지만 그보다, 태권도 특유 습관은 잽(또는 앞발로 하단옆차기) -> (잽 대신 상체 커버하면서) 앞차기 --> 스트레이트 인 것 같습니다. 손기술 연속보다는 더 강력하구요.
한편, 품새를 할 때 전진 대신 발차기를 할 때에는 입에서 "익-"하는 소리가 나올정도로 무릎을 최대한 몸에 바짝 붙이면서, 좁은 공간에서 벽을 강하게 밀쳐내는 듯한 느낌으로 하는 것이 효용성이 높은 것 같습니다. 1식에서도 그렇고, 특히 5식 재비품손날목치며 나아갈때 그렇습니다. 그렇게 발차기를 하면, 부가적인 효과로서, 발차기를 한 후 자연스럽게 무릎이 접혀지면서 바닥을 딛게 됩니다. 바닥을 디딜때의 충격도 훨씬 덜하구요.
수련을 마치고 기민형이 커피를 사줘서 맛있게 먹고 집에 왔습니다. 성탄절에 뜻깊게 운동하여 기분이 무척 좋았습니다. 집에서 뒷정리를 하며 문득 다음과 같은 생각이 들어 수련 단톡방에 올렸습니다.
"세탁한 도복을 손질하면서, 나이들어서도 태권도를 하고있는 지금의 제 상황과 건강이 참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열정을 간직하고 언제나 모범적으로 운동을 이끌어가는 형님들도 무척 감사하구요. 특히 어제/오늘 처럼 추운 겨울, 운동할수 있는 도장이 있다는 사실, 그곳을 평소 꼼꼼하게 정성껏 관리해주신 주환이형이 참 고맙다는 생각이 부~쩍들었습니다. 그래서 행복한 성탄절 저녁입니다. 모두 메리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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