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leeping Policeman ! 양재천변길을 운전하고 가는데 조수석에 타고 있던 영국 영감님이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지나가면서 길가에서 졸고 있는 경찰관이라도 본 모양인가 ? 허나 내가 스치며 쭈욱 보아온것은 오직 메타세콰이어 가로수 뿐이었는데.. 무슨 뜻인가 물어보니 그 것은 바로 '과속방지턱' 을 말하는 것이란다. 사무실에 돌아와 내 작은 영어사전을 들춰보아도 나타나 있지 않은 걸 보니 아마 영국에서 사용하는 속어인 모양이다. 멀리서 경찰관 모습만 보이면 그 자가 졸고 있건 스피드건을 쏘고 있건 간에 운전자가 속도를 줄이는 건 동서양이 매일반인것 같다. 양재천변길을 달려본 분들은 쉽게 알 수 있듯이 이 도로에는 Sleeping Policeman 이 수도 없이 많다. 나는 이 길을 자주 이용하는 편인데.. 과연 양재동에서 대치동까지 얼마나 많은 Sleeping Policeman 들이 누워서 근무하고 있는지 세어보기로 하였다. 스물 다섯 스물 여섯.. 대개 이쯤 까지 세다가 다른 생각이 들어 놓치곤 하여 이젠 다시 세어볼 엄두가 나지 않지만.. 대략 5km 구간에 서른개는 훨씬 넘는 모양이다. 약 150meters 마다 하나씩 누워 있는 셈이다. 왜 이렇게 많은 턱들을 설치해 놓은 것일까 ? 보행하는 사람이 그리 많은 것도 아니고.. 자동차의 통행량은 점점 많아져 출퇴근 시간엔 영락없이 정체를 이루는 도로인데 말이다. 자동차 바퀴가 턱에 부딛칠때의 충격을 줄이려고 브레이크를 밟을 때마나 드는 생각이다. 최근에 이 곳 주변에 고층아파트들이 많이 들어서기 전에.. 자동차의 통행량이 적었을 때.. 이따금씩 양재천으로 산보 나오는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던 것 같은데.. 그렇더라도 너무 많다. 아무 생각없는 공무원이 자기 책상에서 줄을 쭉 쭉 그은대로 할당받은 예산을 다 소진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볼 수 밖에.. 갑자기 한 미국 유머가 생각난다. 회계년도 말까지 예산을 다 집행하지 못하자 두 공무원이 고민한다.
A : 1억불이나 남았는데 어쩌지 ?
B : 강에다 다리를 하나 더 건설하면 되지.
A : 다리를 서너개 놓아도 남을 것 같은데 ?
B : 그럼 다리를 강가를 따라 길게 만들면 되지.. ???
그건 그렇다치고.. 이 턱을 넘나들던 어느 날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과속방지턱이란 그 말 뜻 그대로 자동차의 속도를 줄이기 위함인데, 이는 당연히 진행방향 턱 앞에 횡단보도 라든지 교차로, 출입구 등 사람이나 차량이 진출입할 가능성이 있는 곳에 설치함이 마땅할 것이다. 예를 들어 전방에 횡단보도가 있다면, 진행차선의 과속방지턱은 횡단보도 앞에 설치해야 할 것이고.. 반대 차선의 턱도 횡단보도의 앞에 있어야 하므로, 양 차선의 턱이 일직선으로 연결될 수는 없을 것이다. 즉, 턱이 일직선으로 가로질러 있다면.. 진행차선의 턱은 횡단보도 전에 있더라도 반대차선의 턱은 이미 횡단보도를 지나 아무 쓸모 없는 곳에 존재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진행차선 오른 쪽에 학교 정문이 있는 경우 정문을 지나기 전에 진행차선에만 턱을 설치해야 하는데 아무 이유도 없이 반대차선 까지 가로질러 일직선으로 턱이 이어져있다. 반대차선 턱 앞엔 그저 가로수 뿐 어떤 출입구나 횡단보도나 교차점이나 그 어떠한 돌출요소가 전혀 없는데도 말이다. 삼십여 Sleeping Policemen 이 참으로 어처구니 없게 아무 이유도 없이 누워있다. 양쪽 차선을 가로질러.. 단정하게 일직선으로. 혹시 시공상의 이유로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나도 생각해 보았지만 그런 것은 아닌 것 같다. 이따금씩 다른 곳에서, 진행차선에만 배치된 Sleeping Policeman 들이 떳떳이 근무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무슨 악의가 있었겠는가 ? 하지만 이 잉여 SP들은 참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치고 있다.
1) 예산 낭비 - 그 세금이 자기 돈이라면 그렇게 무뇌아 처럼 사용할 수 있을까 ? 그 돈을 소녀가장이나 독거노인에게 할애하면 아마 수백명에게 일년 이상 도움을 줄 수도 있을 텐데..
2) 주행속도의 불필요한 제한 - 원활한 주행속도를 내지 못하므로, 목적지에 늦게 도착함으로 인한 많은 기회 손실이 예상된다.
3) 에너지 낭비 및 공기 오염 유발 - 불필요한 제동 및 가속 때론 급제동과 급가속으로 인하여 쓸데없이 기름이 낭비된다. 또한 브레이크 패드의 마찰에서 비롯된 분진 및 불완전 연소로 인한 공기 오염이 예상된다.
4) 차량손상 - 충격흡수장치의 조기마모 및 야간등 SP 의 조기식별이 어려울 때 정상속도로 충돌하면 심각한 차량손상도 예측된다.
이따금씩 지하매설공사로 도로가 파헤쳐질 땐 기존의 불필요한 SP 도 동시에 철거되고.. 다시 도로의 재포장이 이루어질 땐 혹시나하고 기대해본다. 이왕에 잘못 기안하여 시공된 턱들을 일부러 돈을 들여 철거하긴 어려운 입장도 있었을 터이니, 이 번 기회엔 필요한 한쪽 차선의 턱만 남겨놓고 포장하겠지.. 허나 언제나 혹시나는 역시나로 끝나.. 관행이라는 미명하에 다시 또 있어서는 안되는 턱이 볼록 남겨지기 일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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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자신도, 무의식적으로 또는 자신의 無知 때문에.. 악의는 전혀 없었다는 변명으로.. 다른사람들을 불편하게 한 적은 없었는가 ? 혹은 피해를 준 적은 없었는가 ? 연무재 수련 내용 중에도.. 그러한 불필요한 모습들이 혹시라도 남아있지 않나 다시 한 번 돌아보게한다.
홍기민
저희 집 앞은 진행 차선만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되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차들이 속도를 제대로 줄이지 않고 통과 하는 바람에 끼익 하는 소리가 자주 들립니다. 그로 인해 잠을 자다가도 깰때가 많아요. 왜 속도를 안줄이는지.. ㅠ_ㅠ 0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