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7월 14일에 프리챌 커뮤니티에 올렸던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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約束 ? 무슨 멜로 드라마 얘기가 아니라 예절로서의 약속 얘기를 하고 싶다.
1) 約(맺을 약) 束(묶을 속) 은 왜 하는가 ?
여러가지 이유를 들 수 있겠으나, 가장 중요한 것은 약속이 이행됨을 전제로 특히 상대방이,
편안한 마음으로 약속 이후의 연결행동 및 생활을, 약속한 시점으로 부터 예측 가능하도록
해 주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러므로 예절로서의 약속이란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명제가
되겠다.
2) 약속을 잘 지킬 수 있는 방법은 있는가 ?
분자를 불가피하게 약속을 지키지 못한 횟수로 놓고 분모를 약속한 횟수로 설정한다면,
분자가 작을수록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이 될 것이고 또한 분모가 zero 인 경우도 '불능' 으로
약속을 지키지 못 하는 모습으로 취급받지는 않을 것이다. 분모가 zero 인 경우란 약속을 안
하는 것인데, 지리산 토굴에서 나홀로 팔극권을 익히고 있는 자라면 혹 모르겠으나, 현대사회를
살아가며 자의건 타의건 간에 약속을 하지 않고 살 수 있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아닌가 싶다.
3) 약속에는 어떤 것이 있는가 ?
이도령이 성춘향에게 반드시 과거급제하여 돌아오겠다는, 대통령이 임기중에 국민에게
충실히 봉사하겠다는, 신랑신부가 서로 不貞 을 저지르지 않고 백년해로 하겠다는 등등 상대가
있는 여러가지 무형의 약속이 존재하겠고, 나는 반드시 올해 말 까지 자세를 충분히 낮추고
연법 1식에서 5식 까지 30초 안에 끝마치겠다든지, 나는 한달 안에 반드시 TOEIC 만점을
받겠다든지 자신에게 스스로 다짐하는 약속들도 있겠다. 그러면 가장 흔히 할 수 있는
약속이란 무엇인가 ? 그것은 아마 상대와의 '시간' 과 '돈' 에 대한 약속일 것 같다.
4) 시간과 돈의 약속
시간과 돈이란 자본주의에서 이자란 개념으로 공존한다. 돈을 빌려 정해진 이율과 기간에 따라
웃돈을 얹어줘야 하는 이 개념은 경제활동을 자극하는 등 많은 긍정적인 결과도 초래하였으나,
인간성의 피폐화도 가져오는 반작용도 있지 않나 싶다(하긴 자본주의 체제 전에도, 가난한
자에게 춘궁기에 쌀 한 말 주고 가을 추수 후에 두 말로 받는 등의 우리나라에도 있었던
비인간적인 모습들 말이다). 그린스펀 한마디에, 국가간 이율의 치이에 따라, 엄청난 자금이
상호간의 약속(계약)에 따라 움직이고 있으며 약속을 어긴다는 것은 수많은 연결고리를 끊어
스스로 도태되어 재생불능의 상황으로 전개되므로 감히 약속불이행이란 상상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 하겠다. 비단 이러한 국제거래 뿐 만이 아니라, 인간의 가장 살벌하고 적나라한 모습인
전쟁의 모습을 상정 해 보자. 흔히 우리가 영화에서 보듯이, 적에 침투한 요원들이 임무를
마치고 접선장소에 제시간에 나타나지 못하면 헬리콥터는 그냥 떠나버리고 만다 ? 물론 실제
영화에서는 아슬아슬하게 헬기기 막 뜨는 순간에 주인공이 대개 생환하게 되지만... 그냥 떠나는
헬기는 야속하다 ? 우리가 남이가 ? 오죽하면 제 시간에 못 오겠는가, 그래서 올 때 까지 무작정
기다린다 ?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결과는 공멸이다. 서로 相生 하며 예측가능한 삶을 유지하기
위하여 우리는 그렇게 많은 약속에 휩싸여, 삶을 영위 하고 있는지 모른다.
5) 연무재에의 대입
연무재 선비들이란 모두 자신의 앞가림이 가능한, 절제있고 경우에 바른 분 들이 대부분이지만,
이따금 황당한 모습이 보여져 마음이 아픈 적도 없지 않은게 솔직한 심정이다. 일전에 한 동도가
집으로 초대하여 여럿이 방문한 적이 있는데, 일부가 제시간에 맞추지 못하고 태연히 자신만의
변명만을 늘어 놓는 것을 보니 참 안타까웠다. 혼자 준비하시던 안주인은 새로 찌개도 다시
끓여야하고, 상도 다시 보아야 함에, 아기까지 돌보며 혼자 음식 준비하는 주인에 대한 배려는
없고, 어찌 그리 자기자신이 늦은 이유만 촌스럽게 늘어놓는지... 떠나버린 헬기는 다시 오지
않는다. 미미한 회비 건 만 해도 그렇다. 자신의 조그만 희생이 우리의 큰 뜻을 펴고 다른 어려운
부분을 보완해 나가는 조그만 '보시" 라고 생각한다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성 싶다. 자신만의
시간과 자신의 돈이 아깝지 않은 사람 있으면 나와보라 하시오. 선비의 길이란, 피곤한 여행길
에서도 쓰러진 비석을 보면 이름모를 무덤주인을 위해 비석을 세워주고 오는 아량 쯤은 보여
주는 것이 아닐까 ? 또한 약속을 지킬 자신이 없으면 절대 내뱉지 않는 배포와 절제를 요구하는게
아닐까...
2001. 7. 14
홍기민
ㅅ_ㅅ;; 부끄럽기 그지 없습니다. 본의 아니게 남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 또한 자신의 무심함에서 나오는 것 같습니다. 항상 깨어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