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자리 얘길 해 볼 까 한다. 식당이나 집에 손님을 초대했을 때 손님을 어느 자리로 모시는 것이 합당할까 ? 이 또한 '상대에 대한 존중과 배려'의 정신에서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손님이 앉아 식사를 하면서 가장 편한 마음을 가질 자리는 어디일까 ? 이는 일반적으로 입구를 바라보는 안쪽 중앙의 자리일 것이다. 소위 서-빙하는 사람들과 덜 부딪히면서 좌중을 편히 바라다 볼 수 있는 곳이 되겠다. 이 때 접대를 하는 쪽은 방안일 경우는 방문가, 홀인 경우에는 입구나 계산대에 가까운 쪽에 앉아 음식 접대에 도우미 역할을 하며 식사를 끝마친 후에는 손님이 많이 기다리지 않도록 미리 식대 지불을 하고 손님을 배웅하는데 지체함이 없어야 할 것 이다.
일례를 들어 김과장이 자기 회사 부장 및 사장을 모시고 거래회사의 담당자, 부장 및 상무를 레스토랑에 초대하였다하자. 김과장은 그 곳의 가장 조용한 방을 예약하였고 약속 시간 전에 미리 가 기다리고 있었다. 자아.. 손님을 어떤 자리에 모셔야 할까 ? 그냥 편하신데 앉으세요 할까 ? 아님 상대편들이 그냥 마음대로 앉게 내버려 둘까 ? 이는 모두 비싼 돈을 들여 접대하는 효용가치를 떨어뜨리는 일일 것이다. 사각테이블 일 경우, 교과서적인 착석 위치는 아래와 같을 것이다.
거래처 상무 : 방 입구에서 먼 안 쪽의 중앙
거래처 부장 : 거래처 상무가 앉았을 때의 오른 쪽
거래처 담당자 : 상무가 앉았을 때의 왼쪽
김과장 회사 사장 : 거래처 상무의 맞은편
김과장 회사 부장 : 거래처 부장의 맞은편
김과장 : 거래처 담당자의 맞은편(방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곳)
만일 거래처 상무와 김과장 회사 사장이 안 나왔을 경우에는,
거래처 부장 ; 안 쪽에 앉았을 때 앉은 위치에서 오른쪽(방 입구에서 가장 먼 곳)
거래처 담당자 : 안 쪽에 앉았을때 앉은 위치에서 왼쪽
김과장 회사 부장 : 거래처 부장 맞은편
김과장 : 거래처 담당자의 맞은편(방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곳)
이 바람직할 것이다.
허나 어떠한 경우에도 예외는 있다. 예를 들어 실내정원이 아름다운 고급식당이라든지, 아름다운 조망을 가진 Waterfront(바닷가나 호숫가등)의 레스토랑이라든지 또는 아름다운 야경을 자랑하는 고층건물 꼭대기에 있는 스카이라운지 등에서는 문 입구의 안팍 여부를 무시하고 상대가 멋진 전망을 감상할 수 있는 자리를 권하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둥근 원탁(라운드 테이블)의 경우는 어떻게 할 것인가 ? 기본적인 것은 위의 사각테이블의 경우와 동일하나, 상대와의 친소관계등을 고려하여 상대에게 실례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되고 보다 더 친숙한 대화를 기대한다면, 거래처 상무를 가장 안쪽(입구에서 먼 쪽)에 김과장은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쪽에 앉고 사이사이에 상대회사 사람들을 끼워앉게 하는 방법도 좋으리라고 본다.
오래전에 한 후배가 집들이를 하여 초대를 받은 적이 있었다. 제시간에 맞추어 도착하니 이미 몇 명은 와 있었는데, 집주인은 안쪽 중앙에 떡하니 앉아있고 몇몇은 약속시간이 지나지도 않았는데 이미 차려진 음식에 손을 대고 있었다. 집주인이 거실마루 안쪽 중앙에 버티고 앉아 있는 것은 아마 띄엄띄엄 오는 손님들을 즉시 알아보고 인사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약속시간이 되기 전에 그러한 목적으로 그 곳에 앉아있는 것은 이해가 되나 약속시간이 지나 대부분의 손님이 도착하고 또한 그렇기 전이라도 그날의 가장 웃어른이라든지 버금가는 선배가 오면 그 자리를 물려주고 자신은 현관 쪽 혹은 부엌에 가까운 쪽에 앉아 안주인을 도우며 손님들을 접대하는 것이 보다 더 좋은 그림일 것이다. 약속시간 전에 이미 음식에 손을 댄다는 건 자리얘기와는 다른 차원이지만.. 제시간에 맞춰온 분 들에게 제대로 손님을 접대했다는 소리를 듣기 어려울 것이다. 이러한 경우는 주요리상이 아닌 작은 탁자에 간단한 음료를 따로 준비하여 먼저 오신 손님들을 무료하지 않게 하면서, 제시간에 오신 분들에겐 그 때 주요리상을 개봉하여 정중히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사실 초두의 자리배치 이야기는 제법 격식이 갖춰진 식당등지에서의 이야기인데.. 그럼 우리가 우르르 몇 번 몰려갔던 '등나무집' 같은 다소 소란스럽고 테이블 사이가 비좁고 다른 사람과 부딪치기 쉬운 곳에서의 자리배치는 어떻게 할 것인가 ? 기본 좌석배정의 취지는 앞서의 경우와 동일하다. 즉 가장 웃어른을 입구에서 먼 안 쪽의 중앙 좌석에 모시고 맞은 편에는 그 다음 서열의 인물이나 그 날 모임의 주인공을 앉히고 총무나 신입가족들은 가능한한 불편한 쪽이나 계산대 혹은 입구 켠에 앉아 선배들의 수발을 들어주는 모습이 보기 좋을 것이다. 허나 그러한 배치에서 웃사람의 위치가 화장실에 가깝다든지 그 분이 흡연을 하지 않는데 바로 옆 좌석에서 골초들이 뿜어댄다든지 또는 아주 시끄러운 친구들이 가까이 있다면 웃사람의 의견을 물어 자연스럽게 조정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것은 이 모두 '상대에 대한 존중과 배려'의 정신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상대를 배려하기 위해서는 상대를 많이 알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무한한 호기심을 가지고 상대의 기호라든지 배경에 대하여 많은 사전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이를, 상대의 주특기와 헛점을 미리 잘 파악하고 있어야 승률을 높일 수 있는 겨루기에 비유한다면... 무리한 비약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