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基周 선배님은 硏武齋의 고문이시며 또한 서울대학교 태권도부 동문회인 拳友會의 고문이시기도 하다. 당신은 경기고등학교 재학시절 6.25 한국전쟁을 맞아 일년을 더 다니신후, 1954년에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사학과에 입학하셨다. 재학중 청도관 엄운규 사범(현 국기원 원장)으로 부터 태권도를 배워 入段하셨다. 가끔 들려주시는.. 재학 중에 시비 걸던 건달들에게 선보였다하시는 '정권지르기' 일화는 언제들어도 정겹기만(?)하다. 졸업후에는 공군사관학교 교수로 전사를 가르치셨으며 이후 서울교육대학교 교수로 오래 재직하시다 교수직선제로는 초대 총장에 취임하셨다. 그후 한서대학교 총장을 역임하시다 현재에는 한서대학교 석좌교수 겸 이사장으로 재직하고 계신다.
역사학자이시니 당연한건지 모르겠지만..오래된 절에라도 같이 모시고 가게 되면 정말 많이 배우게 된다. 일전에 초대받아 방문했던 한서대학교 근처 서산 간월암에선, 어느 범종이나 음통이란 것이 있어 소리를 멀리 또한 오래 보낼 수 있다는 사실도 알았으며, 예산 수덕사에선 배흘림 기둥에 대한 설명도 들었다. 당신은 고등학교 교과서인 '이야기 세계사'(제목이 확실한진 모르겠다)도 저술하였으며, 박사학위 논문으로는 베트남 근대사를 연구하시어 베트남 영웅인 호치민의 일생이라든지 베트남 민족전쟁에 대해 대단히 해박한 사실이 또한 놀라웠던 적이 있다.
1997년 말 연무재가 무도로서의 태권도를 사랑하는 서울대학교 태권도부 동문들의 사랑방으로 양재동에 둥지를 튼 뒤에, 당신은 사모님과 함께 참 자주 나오셨었다. 소위 대학교 총장이라면 다분히 권위주의적인 풍모가 연상되지만, 당신은 꼭 마음씨 넉넉한 이웃집 아저씨 같은 외모에.. 사모님도 똑같으시다. 하기야 오래 같이 살면 얼굴도 닮아간다고 하지 않는가. 두 분이 양손에 족발이라든지 통닭을 들고 연무재 문으로 들어서시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 날은 연무재 식구들이 모두 포식하는 날이었다. 어른은 또 연변대학 주최의 제1회 한,중,일 동북아 태권도학 세미나 개최에도 중추적 역할을 하시고 자비도 출연하시어, 연무재 식구들 4인이 연변을 방문하여 중국 및 일본 무도 분야 교수들과 교류할 기회도 제공해 주시었다. 권우회 일로야 가끔 뵙기는 하지만.. 연무재에는 오시는 빈도가 점점 적어짐은, 세월의 흐름을 슬프게 느끼게도 한다. 이미 칠순이 훨씬 넘으셨으니 말이다.
당신의 호는 夕雨 이신데.. 항상 좋은날엔 비가 왔단다. 결혼하시던날, 박사학위 수득 기념식날 등등. 워낙 비를 좋아하시는데다.. 집안 경사 때 마다 오던 저녁비가 당신의 호를 그렇게 만드셨단다. 2001년 경인가 확실히 기억은 나지 않으나 어른께 연무재 늙은(?) 동문들에게 호를 지어달라고 부탁드렸다. 사십줄에 들어선 후배들에게 명석아, 문기야 하고 이름 부르기가 조금 민망해졌기 때문이었다. 각자의 선호하는 漢字 한 자를 원하셨고, 다른 동문들도 각자 아름다운 호를 받게 되었는데.. 나는 비 雨 자를 택하였다. 나도 당신과 비슷한 경험을 가진데다, 비 오는 것 또한 무척 좋아하기 때문이었다. 당신은 雨軒 과 雨亭 을 주셨는데 雨軒 을 권하는 후배들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허나 다소 가벼운 느낌을 주는 정자 亭자를 택한 이유는 역사학자이신 김기주 선배님으로 부터 아래와 같은 史實을 들은 연후다.
唐나라 현종 때에 일부 사대부(호사가?)들은 자신의 정원에 自雨亭子 를 만들었다. 이는 정자 위에 자동으로 빗방울이 떨어지는 장치를 만들어, 정자에서 구성진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를 즐기며 담론하는(아마 음주도 하지 않았겠는가 ? ㅎㅎ) 문화가 있었다.
후두둑... 빗소리 좋지 않은가 ! raindrops falling on my head~ 의 리듬이 아니더라도.. 고풍스런 정자위로 운치있게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지 않는가? 지난 날을 다시 한 번 돌아 보게 하는 여유를 주지 않는가 ? 부족하지만.. 빗방울 소리의 즐거움을 주는 작은 정자가 되고 싶다. 자신의 인생좌표에서 어디쯤 서성이고 있는지를 한 번 쯤 생각하게 하는 그런 정자이고 싶다. 연무재 가족들에게.. 미련하지만.. 삼십여년간 본의(?)아니게 몸담아왔던 도장에서.. 다소나마 깨달았던 '바른 몸짓'에 대한 느낌을.. 아낌없이 전해주고 싶다. 비가 그치더라도 말이다.
비오는 날 아침 良才에서 雨 亭 徐 在 永
조성훈
비 오는 날의 정자에서 바깥을 바라보면 느낌이 정말 좋더군요. 그런 느낌을 저희에게 주시는 분!!!
07/06
이상미
연무재에 와서 많은것을 배우게 됩니다...좋은 글과 더불어. 원장님과 연무재식구들에 참 감사합니다 ~~!!
07/06
천종민
빗방울이 땀방울이 되어 머리위에서 마루바닥위로 떨어지는 소리만 들어도...평생을 함께할 수 있어 연무재가 좋습니다...짧은 삶속에서...연무재...세글자를 말할 때는 평생이란 말을 수십번 내뱉게 됩니다...빗방울소리즐거운작은정자에서 땀을 흘릴 수 있어 행복합니다...
08/14
홍기민
저희도 언젠가 호를 받을 수 있겠죠? ㅎㅎ
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