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석(3)
우정, 홍기민, 천종민
소욕지족 소병소뇌(少欲知足 少病少惱), "적은 것에 만족하면 적게 앓고 적게 고민한다". 이 말은 법정(法頂)스님께서 스승인 자운(慈雲)스님으로부터 비구계를 받은 후 받은 편지의 전체내용입니다. 적은 것에 만족한 줄 안다는 것은 자신의 분수를 안다는 의미라고 봅니다. 또한 소극적인 의미보다는 적극적인 청빈한 삶을 지향하라는 뜻으로 생각됩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현재 상황에 충실하고 끊임없이 자신의 변화를 관찰하며 삶의 동선을 간결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금일은 여우비와 햇살이 오가며 하늘 빛의 변화가 사람의 변덕과는 다른 심미함이 있는 하루였습니다.
도장에 들어서자 원장님께서 구름다리자세로 몸을 풀고 계셨습니다. 그동안 제가 보지 못했던 모습이라 곁눈으로 지켜보았습니다. 사뭇 진지해보였습니다. 자세를 풀고 유근법을 시작하려는데 왼쪽 무릎을 계속 만지고 계셨습니다. 최근 계속된 해발2000미터 이상의 산행에 이어 매주 수요일 친구분들과의 산행까지 강행군을 하시다가 작일은 일이 있어 서둘러 하산한 것이 무릎에 부담을 주었다고 합니다. 평소보다 좀 여유있게 유근법을 하면서 몸상태를 점검하셨습니다.
유근법 수련가운데 쟁기자세와 어깨로서기자세를 보통때는 호흡을 25회 전후로 하였는데 금일은 40회까지 늘여보았습니다. 앉은 자세로 코로 아랫배로 호흡을 하려고 하면 상체가 많이 긴장되는데, 쟁기자세에서 오히려 호흡이 편하게 느껴집니다. 쟁기모양으로 양발을 머리뒤로 멀리 밀면 밀수록 상체의 기능이 줄어들고 상체보다 자유로운 하복부로 숨쉬는 것이 쉬워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홍기민 사범이 도착하면 수련을 시작하기로 하였으나, 평소대로 어김없이 정시에 원장님의 지도로 수련을 시작하였습니다.
주춤서 몸통 두번지르기 동작을 하고 나서 홍기민 사범이 도착하였습니다. 주춤서 몸통 지를때 팔동작을 의식적으로 하려다 보니 힘이 들어가 오히려 자세를 경직되게 합니다. 아울러 시선이 몸을 따라 움직이다 보니 허느적거리게 됩니다. 시선과 양다리를 고정한채 허리를 비틀어 양팔이 진자운동을 하듯이 뿌려져야 합니다.
기본동작수련은 뒷굽이 동작이 답보(踏步,제자리걸음)상태입니다. 금일 수련에서 깨달은 것은 뒷굽이 동작에서도 축이 바로 서야한다는 것입니다. 지면을 딛고 있는 발꿈치안쪽부터 정수리까지 일직선을 축을 세우고 그 축이 그대로 단축되는 형태로 호흡을 하면서 자세를 낮추어야 합니다. 그렇게 할 수 있으면 자연스럽게 앞발에는 무게를 줄 필요가 없어집니다. 그동안 엉거주춤 자세를 낮추려고만 하니 상체는 앞으로 굽고 중심은 양분되고 무릎만 그냥 구부린 상태가 되어 허리를 비틀기도 어렵고 호흡도 쉽지 않았습니다. 생활습관부터 한 발중심을 의식하며 바꾸어야 합니다.
발차기수련역시 한발이 고정된채로 허리를 틀면서 무릎이 올라가면서 발이 자연스럽게 뻗어졌다가 그대로 찍어내려야하는데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앞돌려차기는 무릎이 수평이 되도록 몸을 틀어주어야하는데 사선으로 차게 됩니다. 옆차기는 무릎이 스치고 나가면서 몸이 활개를 펴듯이 강하게 정면을 차야하는데 역시 허리의 꼬임에 문제가 있습니다.
금일 원장님의 수련지도는 발차기까지였습니다. 작일은 걷기조차 힘들었다고 합니다. 금일은 파스를 붙였더니 조금 낫다며 수련을 하고 나니 훨씬 좋아졌지만 무리하지않고 일찍 귀가하기로 결정하셨습니다. 파스의 효과도 있겠지만, 연무재에 임하는 원장님의 마음이 더 큰 진통제가 아니었을까 생각해봅니다.
품새와 주춤서기 8분은 홍기민 사범의 지도로 수련하였습니다.
연법1식부터 5식까지 동작을 음미하며 평소대로 만련과 평련으로 수련을 하고, 다시 연법1식부터 5식까지 연속품새를 수련하였습니다. 마지막에는 모래주머니를 풀고 연법1식부터 5식까지 연속품새를 수련하였습니다.
주춤서기8분으로 금일 수련을 마무리하였습니다.
수련후 홍기민 사범이 본인의 뒷굽이 동작을 바로 잡아주었습니다. 동도라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하고 새삼 느끼게 됩니다. 인생에서 동반자가 있다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입니다.
조촐하게 홍기민 사범과 둘이서 맥주와 음료수로 뒷풀이시간을 가졌습니다. 직장인들의 애환을 듣다보면, 호흡하나 생각하나 쉽사리 놓칠 수가 없습니다. 현재를 얘기하는 순간 현재는 사라지고 없습니다. 언젠가 잘 될거야라고 말하는 그 순간이 언젠가일지 모릅니다. 아침에 일어나 하루를 계획하고 저녁에 자기 전에 하루를 반성하며, 휴일에는 한 주를 반성하고 다음 주를 계획하고 이렇게 삶을 꾸준히 관찰하며 자신의 변화에 주목하다보면 어느순간 괄목상대(刮目相對)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리라 봅니다.
홍기민 뒷굽이 자세보다는 금강막기 동작에서 상체가 시선방향으로 기울어지고 팔 궤적이 잘 못 나가는 부분이었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