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석(2)
홍기민, 김세진
2주만에 도장에 와보니 벽에 곰팡이가 시꺼멓게 피어있었습니다. 도장이 습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바닥 매트 아래는 물이 차서, 밟고 돌아다니면 찍-찍- 누런 물이 올라옵니다. 틈 날때마다 기민형이 매트 들어서 닦아주시는 수고를 해주어서, 그런대로 운동은 할만 합니다. 청소를 많이 못 도와주어서 미안했습니다. 운동 마치고 기민형과 락스 푼 물로 벽을 닦고 귀가했습니다.
주춤서 몸통지르기 부터 무기술까지 정규 순서대로 운동했습니다.
주춤석 몸통지르기를 할때 저는 이제 더 이상 예전처럼 골반을 크게 흔들지 않습니다. 그냥 고정시켜 버립니다. 대신 골반에 전해지는 텐션을 느끼면서, 그 텐션과 반대로 어깨를 움직여 허리가 꼬이는 힘을 느낍니다. 주먹도 더 가볍게 질러집니다. 지금 이 모습을 처음 보는 사람은 가만히 서서 팔만 움직인다고 생각하겠지요. 과거와 유사해 보이나, 오랜 여행과 시행착오를 거친 동작입니다.
비슷한 이야기를 기민이형과 했습니다. 아래막고 몸통지르기 응용동작 연습을 하면서 그랬습니다. 제가 언젠가 유튜브에서 보니, 연법1식 앞뒤 연속 3번지르기가 공수도의 평안 1단의 그것과 비슷했습니다. 어느 일본 사범이 전진 3번 지르기를 빠르게 툭툭툭 질러 나아갔습니다. 허리는 쓰지 않고 정지화면을 만들어내는 요새 많은 태권도 수련자들이 으래 하는 그런 품색 동작으로 했습니다. 저는 한때 이런 동작은 죽은 동작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연무재에서 (1) 앞차고 당성차기로 해봤다가, (2) 한개 씩 끊어서도 해봤다가, (3) 지르는 손 말고 다른 준비 손으로 허공을 먼저 때리고 가 보는 등 여러 시도를 해봤습니다. 이것이 마치 '잊혀진' 태권도를 복원하는 과정이라 생각하며 자부심도 가졌습니다. 그런데 모두 허리가 꼬이며 나아가는 모습은 매 한 가지 입니다. 제가 얼마전 부터는 (특히 바닥이 미끄럽다보니) 하나씩 평련으로 정지화면 같은 모습으로 빠르게 3번을 툭툭툭 지릅니다. 그러나 골반과 어깨가 서로 교차하면서 걸리는 강한 텐션을 느끼면서 합니다. 처음 보는 사람이 보면, 현대 태권도식/공수도식으로 정적인 품새를 한다고 생각하겠지요. 그러나 오랜 여행과 시행착오를 거친 동작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나만이 느끼는 몸의 긴장감이 있기 때문에 여러 '변주'가 가능한 동작이기도 합니다.
마치 정자체를 쓰다가 필기체로 흘려쓰듯, 좀 빨리해볼까 싶으면 당성차기도 해보고, 준비손으로 휘둘러 쳐 보기도 하면서 '변주'의 가능성이 포함된 어려운 동작입니다. 간단해 보이지만.
비슷한 느낌을 역도 연습을 하면서 받은 적이 있습니다. 역도가 바닥의 물체를 머리위로 올리는 간단하고 무식한 운동처럼 보이지만, 내 몸 안의 수 많은 긴장관계들을 탐구하며 힘을 운용해야 하는 어려운 운동입니다. 간단함 속에, 간단함을 이루는 한 없는 복잡함이 있습니다.
오늘 따라 저는 몸이 낮아지지 않았습니다. 몸은 거짓말을 안합니다. 2주 쉬었다고 주춤서기 부터 자세가 낮아지지 않았습니다. 자세가 낮아진 상태로 자연스러운 동작이 만들어져야, 힘이 실립니다.
기민이형도 무기술 중에 같은 지적을 했습니다. 자세가 높다고. 자세를 낮게 해서 다시 해봤는데, 이제는 허리가 안꼬아 집니다. 운동은 흐르는 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과 같습니다. 계속 노를 젓지 않으면 뒤로 밀립니다.
이런 깨달음들이 사람 사는 모습과도 닮아 있어 오늘도 감탄했습니다. 일상 속에 태권도를 녹이고 살 수 있어서 얼마나 행운인지 모릅니다. 이렇게 즐겁고 아름다운 노정을 함께해주는 기민이형과 동도들이 있어, 참으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