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석(2)
홍기민, 김세진
계절이 바뀔 땐 비가 옵니다. 지난 추석은 차례때와 성묘때 땀이 줄줄 흘러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추석 직후 비가 세차게 오더니, 일순간 평소 알던 가을이 왔습니다. 항상 허탕치는 기상청도, 이번 만큼은 비가 온 후 기온이 내려간다고 정확히 맞췄습니다. 날씨가 너무 좋아 마음은 뛰는데, 업무와 가사는 여름과 다름 없어, 그 간극만큼 주말 기분이 아쉽고 쓸쓸했습니다.
오전 9시 약간 안되어서 도장에 도착했습니다. 언제나 감사하고 존경하는 기민이형이 먼저 와서 준비운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형이 어제 고생한 덕분에 오늘은 건조하게 운동할 수 있었습니다. 무척 감사했습니다.
저는 추석 연휴때 월요일과 수요일에 혼자 나와서 개인 연습을 좀 했습니다. 컨디션이 안좋았는지, 그 이틀 운동하는 내내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오늘은 좀 괜찮았습니다.
앞굽이 전진하며 바로지르기에 관해서 기민이형과 얘기를 했습니다(발과 주먹이 같은 방향 / 참고로, 발과 주먹의 좌우가 반대면 '반대지르기'). 제 생각에 앞굽이 전진 바로지르기는 총 다섯 가지 형태가 가능합니다. 오른발로 전진하는 것을 전제로,
(1) 만련에서 처럼 오른손을 왼쪽으로 휘두르고, 전진한 후 왼손을 오른쪽으로 휘두른후, 끝으로 오른손으로 지르기.
(2) 만련/평련에서 처럼, 오른손을 왼쪽으로 휘두르고(또는 스트레이트 처럼 때리고), 오른발을 내딛으며 전진하는 도중에 뒷굽이를 만들어 왼손을 오른쪽으로 휘두르고, 오른발을 앞으로 더 내딛어 중심이동하면서 오른손으로 지르기.
(3) 평련에서 처럼, 오른손을 왼쪽으로 휘졌고(또는 스트레이트 처럼 때리고), 곧바로 그 오른손을 다시 허리춤으로 가져온 후, 전진으로 오른발에 중심이동하며 지르기,
(4) 평련/쾌련에서 처럼, 왼손으로 쨉을 치듯이 올려치고, 전진하면서 바로지르기.
(5) 평련/쾌련에서 처럼, 왼손으로 쨉을 치듯이 올려치고 (또는 왼손은 움직이지 않고), 앞차고 곧바로 전진하면서 지르기. (이 부분은 최근 연습한 동영상을 첨부합니다.)
위와 같은 5가지 동작이 사실은 한가지 허리 쓰임의 변주입니다. 이 5가지 중에 한 가지가 기술로서 발현되는 것이지, 허리쓰임 없이 한가롭게 전진하면서 바로지르면 기술이 되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왜 하필 품새는 (태극1장이나, 연법1식 처럼) 발과 팔의 방향이 서로 동일한 몸통 '바로지르기'를 할까요? 더욱 직관적인 지르기는 복싱에서의 스트레이트와 같은 몸통 반대지르기 입니다. 반대지르기와 달리, 전진하면서 몸통 바로지르기를 처음 해보면 여간 어색한 것이 아닙니다. 반면, 스트레이트(반대지르기)는 아주 직관적이죠.
그런데, 손에 창이나 봉, 검을 들려주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긴 병장기를 들고 있는 손은 몸통 바로지르기가 더 직관적입니다. 펜싱의 찌르기, 창의 찌르기, 검도의 찌르기나 내려베기가 전부 반대지르기 형식입니다. 기민이형은 "그래서 맨손 품새가 병장기를 다루는 기술에서 발전되었다는 얘기도 있더라"고 했습니다. 실로 그럴듯한 설명입니다. 주먹의 바로지르기가 직관적으로 자연스럽게 느껴지기 위해서는, 내 팔을 내 몸통에 달려있는 창이나 칼과 같은 병장기라고 생각하고 움직여야 할 것 같습니다. 품새를 할때에도 몸에 관절로 이어져 있는 사지가 마치 몽둥이나 곤봉이 매달려 있는것 처럼, 불필요한 힘이 빠진 상태로, 가볍고 빠르게 움직여져야 합니다.
무기술을 하면서 기민이형은 나무젓가락과 이쑤시개로 1식을 했습니다. 저는 나무젓가락이 영 무거워서 이쑤시개로 했습니다. 봉을 잡은 손은 마치 주먹을 허리춤에 대듯이한 후, 그 허리춤(골반)으로 무거운 봉을 툭- 밀어서 내 치듯 밀어야 봉술시 허리가 쓰입니다. 골반이 앞으로 충분히 나오도록 허리를 틀어줘야 합니다.
네가 펀칭백 앞에 서니까 펀칭백이 작아보인다. ㅋㅋ.
앞차기 차고 난 뒤에 접히는게 인상적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