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석(2) - 홍기민, 김세진
ㅇ 전신시 골반의 움직임
8시 반쯤 모여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날씨는 영하로 떨어져 발이 시리지만, 도장은 오히려 쾌적합니다. 각자 몸을 풀고 주춤서 몸통지르기를 시작으로,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루틴대로 무기술까지 수련을 진행했습니다. 무기술에서는 저와 기민 형이 모두 장봉으로 시작했고, 저는 이쑤시개로 봉술을 했습니다. 봉술을 할 때 전진하면서 손동작과 발걸음의 착지가 일치해야 하며, 몸이 꼬이면서 마무리되어야 합니다. 특히 전진할 때에는 골반이 먼저 앞으로 쭉 틀어지며 들어가야 하고, 그 후에 무릎을 들거나 발차기를 하거나, 그저 걸음으로 나가야 합니다. 중요한 점은 골반이 먼저 전면으로 나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골반이 들어가지 않은 상태에서 다리를 처들면 마치 사커킥처럼 골반은 전면으로 나가지 않고 다리만 반대쪽으로 차는 모습이 됩니다. 사실 축구공을 찰 때나 발차기를 할 때, 심지어 달리기를 할 때에도 발이 먼저 나가는 것이 아니라, 골반이 먼저 틀어져서 무릎과 발이 순차적으로 따라오는 것입니다.)
전진하며 앞굽이 아래막기를 할 때는, 그 전진이 앞차기처럼 가기 어렵습니다. 옆차기처럼 가는 것이 최선입니다. 몸을 움츠렸다가, 마치 상대의 발목을 옆차기로 빠르게 툭 차는 느낌으로 다리를 뻗고, 곧바로 탄력 있게 무릎을 접으면서 골반을 반대로 돌려 회수하면서 앞굽이를 만듭니다. (이와 달리, 아래막기 후 바로 전진 바로지르기를 하게 되면, 이때는 앞차기를 하거나 무릎을 올리면서 전진할 수 있습니다.)
ㅇ 십자경
예전에 도장에 수련요결이 붙어 있었는데, 그곳에 제일 먼저 시작되는 것이 전사경, 침추경, 개합경, 십자경이라는 네 가지 "경"이 적혀 있었습니다. 이 중 전사경, 침추경, 개합경은 각각 '몸을 꼬는' 동작, '가라앉는' 동작, '닫고 열리는' 동작으로 이해했으나, 십자경은 도무지 애매했습니다. 지난번 운동을 마친 후 기민 형과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궁금증이 잘 풀리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리저리 고민하고 찾아보며, 다시 한 번 논의해보니 이제 좀 이해가 되었습니다.
십자경은 '교차하는' 동작입니다. 단순히 엇걸어 막기와 같은 직관적인 교차하는 동작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앞굽이 아래막기나 얼굴막기, 거들어막기 등 모든 동작을 면밀히 관찰하면, 교차하는 동작이 숨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동작이 정확하게 이루어지면, 아래막기 시 두 팔이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교차하여 올라갔다가, 다시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교차하면서 내려옵니다. 얼굴막기를 비롯한 모든 동작에 이 교차되는 동작이 숨어 있습니다. 이는 몸이 열리고 닫히는 과정에서 불가분의 부수적인 동작입니다. 재미있는 점은, 허공에서 두 팔이 교차하면 정확한 힘의 전달이 이루어져 호쾌한 동작이 만들어지지만, 이 과정에서 상대방의 몸이 닿으면 그대로 관절기가 됩니다. 심지어 우리가 동작 전에 하는 준비 자세에도 십자경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허공에서 하면 호쾌한 준비 자세가 되고, 상대방의 팔이나 다리가 닿으면 관절기가 됩니다. 한쪽 팔은 밀고, 다른쪽 팔은 당기듯이 되어, 마치 주리를 비트는 것처럼 두 팔이 지렛대 역할을 하여 상대방의 팔다리를 비틀 수 있습니다. 비틀 수도 있고, 밀어 던질 수도 있지요.
이러한 십자경 동작은 동작이 정확하게 이루어지면 마지막에 열고 닫힘이 끝나면서 자연스럽게 몸이 꼬입니다. 몸이 꼬이고 다시 풀리는 과정에서 몸이 열리고, 동시에 두 팔이 교차됩니다. 그래서 전사경, 개합경, 십자경은 모두 한 동작입니다. 자세가 정확하게 이루어지면, '전사'–'개합'–'십자'가 약간의 시차를 두고 자연스럽게 나타납니다. 이는 모두 한 가지 입체적인 동작으로, 각 동작의 특징에 집중하여 묘사하는 과정입니다. 침추경(가라앉는 동작)은 이들 세 동작과 다를까요? 잘 살펴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몸이 낮은 자세를 유지하며, 높아지지 않고 마치 가라앉듯 전진하려면, 몸이 꼬이고 풀리면서 개합경과 십자경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순간적인 체중 이동이 있을 때, 일부러 더 가라앉는 느낌으로 해야 몸이 위아래로 움직이지 않고, 낮은 자세로 일정하게 유지되면서 동작이 이루어집니다. 그래서 침추경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전사'–'개합'–'십자'–'침추'는 모두 한 동작입니다. 정확한 자세가 이루어지면, 각 동작을 따로 의식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동작들입니다. 그저 묘사를 그렇게 나누어 할 뿐입니다.
심지어 주춤서 몸통지르기만 가만히 들여다봐도, 전사경, 개합경, 침추경, 십자경이 모두 녹아 있습니다. 겉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수행하는 사람은 그 힘의 이동과 텐션을 느낄 수 있습니다. 힘이 전달되고 움직이는 방향을 보면, 전사경, 개합경, 침추경, 십자경이 거의 동시에 또는 약간의 시차를 두고 이루어짐을 알 수 있습니다. 주춤서 몸통지르기가 그래서 가장 어렵고, 모든 동작의 가능성을 품고 있는 기본 기술입니다. 운동을 하루하루 거듭할수록, 무술이 일기예(一技藝)라는 말이 실감이 납니다.
이 나이에 태권도를 통해 탐구하고 깨달음을 얻는 이 과정이 참으로 행복하고 감사합니다. 이 과정을 함께 해주는 기민 형을 비롯한 동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