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석(5)
우정, 관헌, 변형근, 홍기민, 천종민
몇 일동안 비가내려 조금은 상쾌하게 양재역부터 도장까지 걸었습니다. 한 걸음 한 걸음 옮길 때마다 가능하면 호흡에 맞게 걸으려고 노력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요즘 걷는 것을 즐기고 있습니다. 앞굽이 아랫막기 자세로 걷기도 하고, 뒷굽이 자세로도 걸어보고, 천천히 호흡에 맞춰 발뒤굼치를 유념하며 걸어봅니다.
그 어떤 걸음보다 맛있는 걸음은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를 생각하며 코로 아랫배로 호흡하며 느리게 걷는 것입니다. 하숙집에서 30분 거리에 조계사와 길상사가 있어서 시간 날 때마다 왕복 1시간 걷기와 법당에서 108배를 하고 옵니다.
처음 교원임용시험을 준비하러 왔을 때는 온갖 잡념으로 연무재 수련은 물론 일상생활에서조차 숨쉬기가 힘들었습니다. 마음을 도무지 잡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연무재 수련을 통해 몸을 잡고 스승님(원장님)의 죽비와도 같은 한 마디 한 마디가 가랑비에 옷깃을 적시듯 어느새 가슴 한 구석부터 발끝까지 쌓여갔습니다.
동도들의 사는 얘기, 가벼운 농담까지 어느 것 하나 놓칠 것이 없었습니다. 연무재 가는 길은 수련에 대한 부담감을 알면서도 가지 않을 수 없는 바른 길이었습니다.
자는 시간, 일어나는 시간, 자다가 깨는 시간, 집중이 잘 되는 시간, 어떤 음식을 먹었을 때 어떤 변하가 있는 지, 사람을 만난 후 일어나는 몸과 마음의 변화를 관찰하고 실험하였습니다.
그 무엇보다 과거에 대한 집착과 잡념이 호흡을 거칠게 하는 가장 큰 원인이었습니다. 수련에 임할 때도 자세를 잡았으면 바로 그 동작에 집중하면 되는 것인데, 이런 저런 피할 궁리를 하다보면 평소보다 숨쉬기가 힘들어집니다. 현재, 바로 지금 호흡을 고르지 못하고 급하게 살았습니다. 자연히 부상으로 이어졌고 그로 인해 고립되기도 했습니다.
몸이 약해지는 것보다 마음이 약해지는 것이 얼마나 두려운 것인지도 조금 배웠습니다. 차렷자세부터 시작합니다. 앞으로 어떻게 얼마나 변할 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럴지라도 지금 바로 이 순간 바른 호흡과 바른 몸짓을 깨닫기 위해 부단히 단련하며 살아가는 길, 그 길에서 답을 찾으려 합니다. 금일은 수련내용에 앞서 본인의 개인적인 얘기가 길었습니다. 이제 걸음마 단계지만 동도들과 나누고 싶은 마음에 적어보았습니다.
금일 수련은 원장님의 지도로 유근법부터 주춤서 몸통지르기, 기본동작, 발차기, 응용동작, 품새 그리고 주춤서기 8분 순으로 수련하였습니다.
도장으로 내려가는데 평소와 달리 문이 닫혀 불빛이 흘러 나오지 않아 지레 걱정을 했습니다. 도복을 갈아입고 도장 문을 열자 환하게 원장님께서 앉아서 깍지끼고 엇걸어 밀기를 하고 계셨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유근법동작이 많이 나아졌다고 생각했는데 금일 수련중 양다리를 벌리고 하복부를 허벅지에 닿도록 내려갈 때, 호흡이 아랫배로 내려가지 않고 어깨에 힘이 들어간 채 억지로 내리다 보니 등이 굽는다고 원장님께서 지적해주셨습니다. 그제서야 궁금하던 것이 풀리면서 호흡을 느끼지 않고 급하게 내리는 습관이 오히려 몸을 긴장하게 만들었다는 것을 제대로 알 수 있었습니다.
돛단배자세를 마칠 때즘 도장에 관헌 선배님께서 들어오셨습니다. 목소리가 한동호 씨와 흡사해 처음에는 관헌 선배님인 지 몰랐습니다. 쟁기자세를 할 때 관헌 선배님을 알아보고 사실 조금 놀랬습니다. 오랜 방송생활중 1년 동안 휴식년을 맞아 미국 연수를 다녀와서 지난 목요일 수련에 참가하셨는데, 그 때 아침 뉴스관련 업무로 많이 바쁠거라고 했는데 금일 수련에 참석하신 것을 보면 연무재에 대한 열의와 매력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습니다.
유근법이 끝나고 본 수련을 시작하기전에 변형근 사범이 도착했습니다. 금일은 동영상촬영이 있는 날이라 카메라를 먼저 설치하고 수련에 임했습니다. 홍기민 사범이 도착하면 그 때부터 녹화하기로 하고 평소처럼 주춤서 몸통지르기를 했습니다. 발뒤꿈치를 바깥쪽으로 벌려서 양발을 십일자로 만들다보면 발목과 무릎까지 꼬이게 됩니다. 이 때 하복부가 앞으로 나오고 엉덩이가 들어가도록 코로 아랫배로 호흡을 내려야 합니다. 금일은 발뒤꿈치 안쪽에 중심이 실리도록 노력했습니다. 주먹을 지를 때도 가능하면 무릎이 흔들리지 않고 허리를 틀어서 던지듯이 팔목을 틀어서 지르라고 하셨습니다.
기본동작수련중 앞굽이 동작을 하고 있을 때 홍기민 사범이 도착했습니다. 동영상촬영은 평소와 다름없이 현재 하고 있는 동작부터 순서에 맞춰 그대로 진행했습니다. 홍기민 사범은 새도복을 입고 와서 더욱 돋보였습니다. 수련 후 홍기민 사범 말로는 도복이 땀을 흡수해 무거워서 힘들었다고 합니다.
발차기 동작중 반달차기를 할 때 뻗정다리를 하지 말고 주축발을 지면에 밀착하고 허리를 틀면서 무릎을 반대 어깨쪽으로 가볍게 올렸다가 빠르게 발을 뻗으면서 내려야 된다고 하는데 중심이 분산되다보니 몸이 많이 흔들리거나 다리를 들었다 놓기를 반복할 뿐입니다. 원장님의 자세를 보면 정말 가볍게 허리를 틀어서 몸이 앞쪽으로 펼쳐졌다가 다시 돌아오는 형국입니다. 발차기에 대한 고민을 평소 게을리 했었는데 좀 더 고민해봐야겠습니다.
응용동작중에서는 앞돌려차기에서 무릎이 수평이 되도록 차는 것이 어색합니다. 한다리 중심이 잡히고 몸을 앞으로 내던질 수 있어야 하는 것 같은데 많이 부족합니다. 발차기와 뒷굽이에 대한 수련에 좀 더 집중해야 한다고 원장님께서 꾸준히 지적하시는 이유를 조금씩 알 것같습니다. 보이는 동작보다 보이지 않더라도 반드시 거쳐야 되는 동작을 세심하게 관찰하라는 뜻이라고 봅니다.
품새는 연법1식부터 5식까지 원장님과 함께 앞굽이와 뒷굽이를 느끼면서 만련과 평련으로 진행하였습니다. 금일은 동영상촬영을 하는 날이라 개별품새시간을 가졌습니다. 연법2식을 마칠 때쯤 관헌 선배님께서 개인적인 용무가 있어 먼저 자리를 일어섰습니다.
본인은 1식부터 4식까지 평련으로 수련했는데 평소보다 자세가 높고 중심이 많이 흔들렸습니다. 호흡에 집중하려고 많이 노력했는데 3식을 마칠 때부터 숨이 차오르기 시작했습니다.
홍기민 사범은 빛나는 하얀 새도복에 맞추어 힘있게 동작을 하려는 의지가 역력해보였습니다. 개인적으로 홍기민 사범의 정권지르는 동작이 늘 눈에 와닿습니다. 단도를 잡은 듯한 느낌으로 틀어지르는 모습이 매력적입니다. 실질적인 면은 본인도 아직 모르겠습니다. 홍기민 사범은 동작 중간중간에 자세를 고쳐잡거나 두 다리가 동시에 떨어지거나 시선을 아랫쪽을 보는 것들을 원장님께서 지적하셨습니다. 홍기민 사범도 잘 알고 있으니 진일보하리라 봅니다. 금일 수련에 앞서 점심먹은 후로 담배를 피지 않고 수련에 임했다고 합니다. 맥주를 마신 날은 담배의 유혹을 참기 어렵다고 하는데 본인의 습관을 잘 관찰해서 최선의 결과가 있기를 기원합니다.
변형근 사범은 지난 수련중 자유겨루기때의 통증이 아직 남아있어 조심해야 하는 단계입니다. 회사일도 프로젝트가 몰려있고 사람에 대한 신뢰문제등으로 많이 지쳐있어 보입니다. 본인이 내용을 잘 알 지 못하고 직장생활도 변형근 사범이 훨씬 선배라 마음으로 기도를 드립니다. 수련에 대한 의지가 워낙 강한 분이라 금일 수련 역시 호흡은 다소 거칠었지만 정확한 자세를 유지하려는 의지만큼은 사범다운 면모였습니다. 변형근 사범이 본수련후 개인지도를 할 때 들려주는 수련요체는 참으로 놀랍습니다. 평소에 얼마나 생각을 해야 저렇게 동작을 분석할 수 있을까요? 부디 원장님의 조언대로 생체리듬을 지켜면서 회사일과 수련이 잘 풀리시길 빕니다.
개별품새촬영을 마친 후 모래주머니를 풀고 연속품새수련을 하였습니다. 본인은 모래주머니가 있을 때가 오히려 자세가 편합니다. 아무래도 무게감이 동작을 천천히 하게 해주는 듯 합니다. 가벼운 대신 더욱 낮고 빠르게 진행해야 하는데 오히려 방심하기가 쉬운 단점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주춤서기8분으로 금일 수련을 마쳤습니다. 주춤서기를 호흡과 발뒤꿈치를 의식하며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수련이 없는 날도 집에서 자기 전에 10분씩 해보려고 합니다. 어떤 변화가 있을 지 관찰해보고 동도들과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뒷풀이 시간에는 변형근 사범의 회사일과 원장님께서 홍기민 사범의 게임기획자가 되고자하는 꿈을 칭찬하시며, 자고 나면 건물이 뚝딱하고 만들어진 것 같지만 그것을 준비하기 위해 계획한 시간이며 설계며 민원처리며 매일 조금씩 공사한 결과로 인해 그와 같은 결과가 나온 것이라는 가르침과 더불어 자신의 목표를 향해 조금씩 준비하고 쌓아가야 결국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다고 당부하셨습니다. 남이 보면 별 것 아닌 듯 하지만 그것을 이루기 위한 노력은 해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법입니다. 연무재의 앞 날도 그러하리라 본다며 용왕매진을 위해 시원하게 맥주로 건배를 제안하셨습니다.
홍기민 ㅎㅎ 제 꿈은 기획자는 아니예용 그저 나중에 좋은 게임 만들고 싶은 것 뿐이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