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석(2)
홍기민, 김세진
도장이 습해서 물이 마르지 않는 것 같습니다. 기민이형이 먼저 와서 문쪽 매트 아래 물기를 닦고 있었습니다. 저도 거들었지만, 기민이형이 더 많이 수고해 주셨습니다. 이 건물 지하는 정말이지 우리 말고는 아무도 안들어오겠다 싶습니다. 가게를 차릴 수도, 사무실로 쓸 수도, 창고로 쓸 수도 없고, 놔두면 그냥 노는 장소일텐데 ... 비록 수고스럽지만 우리가 요긴하게 쓰고 있는 것 같습니다.
주춤서 몸통지르기 부터 정규 코스로 진행했습니다. 한 동작 마치고 기민이형과 의견을 나누어 가면서 동작을 음미했습니다.
1. 주춤서 몸통지르기: 기민이형은 너무 많이 앉으면 무릎에 무리가 간다고 합니다. 오금이 둔각이 되는 정도로 자세가 약간 높지만, 지르기시 무릎이 흔들리지 않으니 문제 없겠다 싶습니다. 저는 오금이 예각이 되는 정도로 낮게(허벅지가 바닥과 수평이 되게)해서 무릎을 뒤로 바짝 당겨줘야만 무릎이 안흔들립니다. 무릎이 흔들리지 않는 상태에서 허리(골반)와 어깨가 반대로 교차(크로스)되는 텐션을 유지하면서 질러주어야합니다.
2. 내려막기/올려막기/거들어막기: 발차기를 안하면서 다소 천천히 전진하는 경우, 무게 중심의 이동과 상체동작이 끝에서 동시에 딱 맺히게 하게 되면, 그것 나름대로 기술이 발현됩니다. 관절기나 밀기가 가능합니다. (최근 어느 합기도 도장에서 전진 앞굽이로 쭉- 들어가서, 앞굽이를 한 다리쪽 허벅다리로 상대방의 다리를 걸고, 올려막기나 거들어막기 동작으로 상대를 밀어 넘어뜨리는 영상이 유튜브에 많이 돌아다닙니다. 뭔가 대단한 기술 같지만, 그냥 전진 올려막기/거들어막기 그대로 입니다.)
3. 뒷굽이 양손날/한손날 막기: 전진하면서 뒷굽이 양손날 막기를 할 때에는 앞다리를 살짝 반보 45도 바깥쪽으로 딛으면서 무게중심을 두고, 그 때 뒷쪽 다리를 앞으로 옮기거나 발차기를 합니다. 이렇게 이동하면 갈지(之)자로 지그재그로 전진하게 됩니다. 이 전진동작을 연속으로 하면, 앞굽이로 연속 전진하는 것과 무게중심 이동하는 움직임이 거의 유사해 집니다.
4. 앞차기: 앞차기는 옆차기에 비해서 골반이 덜 앞으로 나가기 쉽습니다. 사실 골반이 앞으로 90도로 회전되어야 하는 것은 앞차기나 옆차기나 돌려차기나 마찬가지 입니다. 그래서 유연운동 할때에도 (앞뒤로 180도 벌어지는 동작보다) 양 옆으로 다리가 180도 벌어지는 동작이 발차기에 더 요긴합니다. 그렇게 발차기를 하고 바닥에 발을 딛는 즉시, 골반이 반대로 회수되는데, 이때 아주 자연스럽게 지르기가 가능합니다. 앞차기든 옆차기든, 발차기가 잘 되었는지 보려면, 끝에서 지르기가 잘 되는지 보면 됩니다.
5. 연속품새: 품새를 연속으로 하는 것은 무척 힘이 듭니다. 저는 운동을 1시간 30분 하는 와중에 심박수가 170이 넘어갈때가 바로 연속 품새를 할 때입니다. 정신이 혼미해지고, 숨이 찹니다. 그런데 오히려 이런 상황을 음미하며 눈에 힘을 주고 정신을 차리면 나름 정신이 듭니다.
마라톤 애호가들이 "Runner's high"라는 것을 간혹 느낍니다. 저는 대학교때 여름에 운동하다가 이런 느낌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숨이 터질 것 같을 때, 어느 순간 거기서 벗어나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직시'하면서 고강도 운동을 이어가던 순간 갑자기 기분좋은 행복감이 일시적으로 몰려왔습니다. 연무재에서의 운동이 강도가 높긴하지만, 오히려 강도가 높기 때문에 이런 runner's high를 느끼기에 좋은 운동 조건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만간 그런 느낌이 찾아오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을 가지게 됩니다.
기민이형과 바닥 물기를 닦은 걸레를 빨아 널고, 바닥을 닦고, 아이스 커피 한잔씩 테이크아웃하여 귀가했습니다.
운동을 하는 와중에는, 어제도 내일도 생각하지 않고, 동작 하나 하나 음미하며 지금 이 순간 깨어있을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행복합니다. 그리고 이런 경험을 기민이형을 비롯한 동도들과 함께 공유할 수 있다는 것도 무척 감사한 일입니다. 마흔이 넘은 이 나이에. 수 많은 조건들이 인위로 무위로 잘 들어맞았기 때문이겠지요. 모두들 감사합니다.
예각이 되면 무릎에 무리가 간다기 보다는 무릎이 흔들리면 무리가 간다는 이야기였어~